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
코가라시 와온 지음, 양지윤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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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는 줄 알았는데 다른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로맨스 소설이라 주저했는데 눈부신 청춘이란 단어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제대로 청춘을 즐기지 못했던 나의 과거가 생각났기 때문일까?

조금 말랑하고 간지러운 것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밀도가 높은 문장으로 전개된다.

가끔 읽는 라이트 노벨과 다른 분위기와 문장이라 조금 놀랐다.

그냥 휙휙 넘기면서 볼 그런 내용이 아니다.

좋은 가독성과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하지만 복잡한 구성이 아니라 생각보다 빠르게 읽을 수 있다.


병실에 화분을 배달하다 사고가 생긴다.

병원의 아이 때문에 화분을 떨어트렸는데 이때 흙 등이 다른 사람 옷에 묻었다.

그는 화분 배달 온 학생을 질타하면서 화를 낸다.

이것을 보던 환자 중 한 명이 돈을 던지고 화분의 꽃을 먹으면서 소동은 진정된다.

주인공 하토와 마키나가 처음 만나는 순간이다.

마키나는 화분을 배달시킨 고객이자 큰 병실을 혼자 사용한다.

고등학생 하토는 진실되고 고지식한 학생이다.

이런 하토를 마키나는 장난처럼 대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만든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스무고개 게임이다.

이 게임을 통해 서로 자신이 상대방에게 알고 싶은 것을 알게 된다.


마키나의 병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병이다.

세상에 그녀 혼자만 걸린 불치병인데 계속 치료를 받으면 몇 년 더 살 수 있다.

몸속에서 생긴 셀룰로스를 계속 제거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다.

자신의 몸을 뚫고 나오는 식물 같은 것을 생각하면 섬뜩하다.

하지만 마키나는 하토와의 대화 속에 그 어떤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마키나의 모습은 불행한 하토의 삶 속에 작은 활력소가 된다.

하토가 집에서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는지 보여줄 때 고개를 끄덕인다.

아빠가 성인병으로 죽은 후 엄마는 이상한 사이비 카페에 빠져 집 안 가득 화분을 들여놓았다.

성장기 아들에게 기존의 밥상 대신 채소 등을 주면서 건강을 강조한다.

하토가 꽃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대로 된 밥을 먹기 위해, 엄마의 반대를 피하기 위해.


시간이 지나면서 하토는 마키나에 대해 사랑을 느낀다.

자신의 감정을 알기 위해 같은 반 여학생을 쳐다보지만 아무런 감정이 없다.

무력한 일상에 활력을 심어주는 역할을 마키나가 한다.

하지만 아들 하토의 변화에 민감한 엄마는 생각이 다르다.

사랑하는 남편을 병으로 잃은 후 생긴 강박이 그녀를 휘두르고 있다.

이 부분은 한국의 아침 드라마와 닮은 점이 많이 있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들을 유혹하고 망가지게 한다고 착각하는 것 말이다.

이것은 나중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을 불러오고, 조금은 쉽게 문제를 해결한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만 눈여겨볼 장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시한부의 불치병을 가진 환자를 사랑하는 하토.

이런 하토에게서 잊고 있던 감정을 느끼는 마키나.

건강 강박에 빠진 엄마에게 시달리는 스트레스를 손도끼 던지기로 푸는 하토.

이 게임장에서 만난 같은 친구의 고민과 좀 과격한 해결책.

하토의 행동을 보면서 그 과격한 방식에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린다.

나도 이런 상황이라면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찬란한 청춘이기에 가능한 행동과 열정이 아닐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살짝 웃고, 하토의 행복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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