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옥구슬 민나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3
김여름 외 지음, 김다솔 해설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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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 시리즈 3권이다.

1권을 읽고 2권은 건너 뛰었고, 3권은 낯선 이름으로 가득하다.

여섯 명의 작가 중 한 번이라도 읽은 작가는 2024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만난 성혜령이 유일하다.

아마 최근에 이상문학수상집을 읽지 않았다면 모두 낯선 작가였을 것이다.

최근 자주 많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새로운 작가들에 대한 낯섦이다.

특히 기존 문학상에 대한 관심이 덜해지면서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진다.

가끔 이런 단편집을 읽으면서 새로운 작가 한 명씩 알아간다.

이것은 장르소설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여름의 <공중산책>은 읽으면서 일본 영화를 검색하게 한다.

자신의 장례식장을 영혼의 상태에서 참여하면서 시작한다.

자신과 오랫동안 사귄 남자 친구는 이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영혼은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일상의 공간 속으로 스며든다.

히로세 유코의 영화에 대한 설명은 지루할 것 같지만 눈길을 끈다.

귀신인 그녀가 남친과 마주하는 마지막 장면은 진한 여운과 강한 울림을 준다.


라유경의 <블러링>은 서술 트릭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액체 상태로 변하는 시대다.

화자의 옆자리에 있던 언니도 액체로 녹았는데 텀블러 한 잔도 차지 않는다.

처음 이 현상이 발견된 후에도 그 원인이 나오지 않는다.

외로움이 원인이라는 설이 있지만 언니와 화자의 관계를 생각하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사실 하나는 또 다른 가능성을 암시한다.

화자가 하는 블러링 작업과 액화는 그 대상의 의지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서고은의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는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먹고 살기 위해 알바를 뛰다 유학원의 실적으로 급여를 받는 일에 뛰어든 순지.

순한 이름이라 수잔으로 바뀌야 했던 이름.

해외여행 경험이 없어 고객 유치에 실적이 낮은 순지.

실적 좋은 동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토베이 유학을 열심히 설명하는 순지.

넘어올 듯 넘어오지 않는 고객, 도시에 대한 불안과 몰이해로 취소하는 고객.

한강의 던전에서 괴물이 산다고 한 친구와 가끔 오는 기프티콘.

집에 계속 생기는 곰팡이와 위에서 늘어진 넝쿨, 그리고 밝혀지는 사실 하나.


성혜령의 <대체 근무>는 여백이 많은 소설이다.

단강이 연구실 폭발 사고로 석사 과정을 휴학하는데 폭발 원인이 나오지 않는다.

소도시 지방정부 산하기관 행정보조로 1년 계약직에 붙는다.

유아휴직 대체 근무인데 임 주임은 예상한 시간보다 빨리 복직한다.

실직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졌지만 업무는 그녀가 거의 대부분한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에 대해 알고, 그녀가 아기가 죽었다는 사실도 듣는다.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 정규직에 대한 부러움, 마지막 장면은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예소연의 <통신광장>은 추억속으로 데리고 간다.

영화 <접속>을 모티프로 시작한다.

이 영화를 떠올릴 때면 늘 머릿속에서 노래 한 곡이 지나간다.

숙박사이트 모바일 상담원으로 재택근무하는 나.

영화 속 아이디로 접속해서 대화를 나누는 해피엔드와 여인2.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과 업무 매뉴얼을 따라가는 나.

과거를 현재에 재현하려는 여인2와 그 대화를 즐기는 나.

마지막 광장에서 모든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문장은 삶의 다양한 탈출구를 연상시킨다.


표제작인 현호정의 <옥구슬 민나>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소설이다.

민나의 탄생과 엄마의 존재가 시간 순으로 맞지 않다.

민나가 만나고 동행하는 존재들의 관계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민나가 점점 작아지는 장면을 보면서 우주의 가장 작은 원소로의 회귀다.

이 신화와 전설 같은 이야기 이후 나오는 ‘득’은 또 어떤가?

평론가에 의하면 작가가 계속 신화를 재해석해서 작업했다고 하는데 어렵다.

읽으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했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복잡하다.

어쩌면 좀더 섬세하고 느리게 읽어야 살짝 이해의 문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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