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미용실 - 교제 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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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작가다.

검색하니 낯익은 제목의 책들이 나온다.

첫 장편이 나온 시기를 생각하면 출간된 책이 상당히 적다.

이번 소설에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교제 살인’이란 단어다.

좀더 범위를 넓히면 데이트 폭력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교제 살인이나 데이트 폭력이 언론에서 자주 다루어진다.

그 피해의 대다수는 여성들이고, 이 사건을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나온다.

작가는 그런 피해자들 편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는 탐정사무소를 내세웠다.

이 탐정사무소 직원들은 과거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이다.


잔서는 25년 전 교제 살인으로 엄마를 잃었다.

단순히 시체를 본 것이 아니라 처참하게 타 죽는 모습을 보았다.

친척집과 보호소를 전전하다 성인이 된 후 경찰이 되었다.

엄마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는 그녀의 경찰 생활을 거칠게 만들었다.

여러 곳을 전전하면서 사람의 눈빛으로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능력은 용의자가 거짓말을 할 때,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를 때 폭발한다.

그녀의 뛰어난 능력도 이런 폭력 행위를 용인할 정도는 아니다.

경찰을 그만 둔 후 그녀는 엄마를 죽인 살인자 전택근을 죽이기 위해 25년 만에 무산으로 돌아온다.


어릴 때와 별 차이 없는 도시의 풍경.

전택근을 찔러 죽일 칼을 사서 살의를 다진다.

이런 그녀를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로라미용실의 정 원장이다.

정 원장은 1층은 미용실을 운영하고, 2층은 탐정사무실로 사용한다.

찬서에게 탐정일을 맡기는데 이때만 해도 찬서는 탐정에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로라미용실을 찾아오는 피해자들을 보면서 생각이 변한다.

가스라이팅과 폭력에 시달리는 친구를 구해달라는 요청.

스토커 범죄자를 아빠로 착각하면서 생기는 실수.

정신병원에 입원한 엄마가 공책에 적은 세 사람의 남자들.

죽은 남자의 아이폰 속에 담긴 동영상을 지워달라는 요청 등이다.


이런 다양한 데이트 폭력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우리를 보여준다.

불과 수십 년 전 우리가 가졌던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혐오들.

가정 내 폭력에 대한 안이한 대처와 생각들.

순간의 실수를 피해자의 잘못으로 낙인 찍는 시선들.

이런 장면들을 보면 로라미용실의 복수가 아주 통쾌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통쾌한 복수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

법은 개인의 복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은밀하게 가해자를 찾아서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라미용실 탐정과 조수는 각자의 실력을 발휘해 사건을 하나씩 해결한다.

이 과정에 찬서의 복수의지는 불타오르고, 전택근의 아들과 마주하는 일이 생긴다.


단순한 직선적인 복수극이 아니다.

과거 사실을 먼저 보여주고, 현실의 한계도 같이 다룬다.

왜 로라미용실 2층에 이런 탐정 사무실을 운영하는지 알려준다.

정 원장과 세린의 과거가 너무 빨리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다음 편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뭔가 여운을 남겨둬야 다음 권에서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전택근의 아들이 운영하는 술집과 그의 수상한 행동은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사건과 연결해서 풀어내는 장면은 전혀 예상 밖이다.

다만 마지막 복수극은 예상 가능한 것이고 너무 간단하게 처리한 것은 역시 아쉽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진 소설이라 시리즈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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