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백진호 지음 / 고유명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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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의 위작을 다룬 소설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위작과 진품에 대한 논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가가 자신의 손으로 그리지 않은 것도 진품인가 하는 것이 가장 기본 설정이다.

이 소설을 보면서 자연스레 조영남 화투 그림 사건이 떠올랐다.

화가가 부인한 그림에 대한 진품 논란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사건이 연상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그림의 화가는 자신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실제 소설 속에 고혼기 화백은 자신의 위작을 그리던 화가를 지켜보고 지시한다.

노구의 몸으로 붓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에게 이 짝퉁 화가는 최고의 손이다.

일반인들의 인식에는 이런 그림이 진품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말이다.


이야기는 두 개의 줄기로 시작해 이어진다.

하나는 마약조직에 동료 형사를 잃은 강청식의 폭주와 늦은 일상이다.

다른 하나는 고혼기 화백의 80년대 작품을 새롭게 만들어낸 김지연 관장 등의 이야기다.

강청식 형사는 마약조직의 보스를 총으로 죽인 후 자해로 정당방위를 주장한다.

경찰에서는 이 사건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없는 상황이다.

범죄자를 쫓는다고 집을 등한시한 그의 딸은 학교 폭력으로 방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딸과 엇갈리는 공간과 시간 속에 그의 삶은 조용히 가라앉고 있다.

이런 그에게 사건 하나가 떨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고혼기 위작 사건이다.

이전에 그는 천경자의 <미인도> 같은 사건 하나를 해결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건 해결보다 다른 용도로 그를 쓰려고 한다.


김지연 관장은 소설 속 표현을 빌리면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고혼기 화백의 대표작인 ‘비속의 나신’의 모델이었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그를 발굴해 한국 등에 알린 관장이기도 하다.

늙은 화가의 전성기 작품이라고 소개된 그림은 수십 억에 팔린다.

그림이 감상의 영역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 된 현재 그의 작품은 좋은 투자재다.

당연히 많은 투자자들은 이 그림을 원하고, 그림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 틈새를 갤러리 나래의 김지연 관장이 파고들어 전시를 기획한다.

이 전시회는 예상한대로 크게 성공하고 모든 작품이 팔린다.

위작의 문제는 이 그림을 산 한 부동산 부자가 위작을 말하면서 생긴다.


이 작품이 위작으로 감정이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80년대 사용한 물감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사용되는 물감이란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본 독자들로 ‘그렇지’라고 생각하게 한다.

이 이전에 김지연 관장의 약혼자가 이 위작 작품을 지켜본 적이 있다.

이것을 본 그가 위작이 아니냐? 하고 물었을 때 김지연은 미술계에 있는 사례를 설명한다.

현대 미술에서 자신의 손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 화가도 있다고 알려준다.

이성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감성적으로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 위작 문제는 강청식에게 넘어간 후 더 엮이고 꼬인다.

그것은 바로 김지연의 연인이자 강력한 대권후보인 홍정훈 변호사 때문이다.

김지연을 통해 고 화백의 그림을 팔고, 경선을 위해 김지연에게 받았던 것이다.

홍정훈이 엮이면서 위작에서 정치 스릴러로 분위기가 바뀐다.


위작이란 제목 밑에 깔려 있는 것은 욕망들이다.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강직한 홍정훈 변호사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법 현실을 비판한다.

위작 사건을 통해 감상이 아닌 투기재로 바뀐 미술계의 민낯을 보여준다.

소설을 읽다 보면 현재와 과거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현대의 예술론과 권력에 대한 탐욕이 뒤섞인다.

많은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넣었는데 아는 만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예상하지 못했고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적 바람은 더 긴 분량으로 다루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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