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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 진주성 - 전라도로 가는 마지막 관문
정용연 그림, 권숯돌 글 / 레드리버 / 2024년 4월
평점 : 
1592년 제1차 진주성 전투를 다룬 그래픽노블이다.
단순히 전투 장면만을 다루지 않고 전쟁 이전에 어떤 준비가 있었는지 보여준다.
김시민이라는 위대한 장군이 있었고, 그의 위대함을 부각시키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나온다.
전쟁에서 뛰어난 지휘관의 존재를 잘 보여준다.
평화로운 시기에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전쟁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자세는 마음에 새겨야 한다.
자주국방은 말이 아니라 모든 일에 꼼꼼하게 준비하는 자세임을 보여준다.
김시민이 진주성 사또의 향락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은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이런 모습이 윗사람에게 절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할 텐데 그는 흔들림이 없다.
작가는 단순히 김시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부산포에 있었던 상황을 그려낸다.
왜관이 텅 빈 모습은 이전에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장면이다
군기가 흐트러진 군사들의 모습은 부산이 왜 그렇게 쉽게 무너졌는지 잘 보여준다.
부산과 달리 진주성에서는 김시민의 주도 하에 군사들의 훈련이 계속된다.
재밌는 부분은 진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전장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했는데 이 진법의 활용이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고된 훈련이 실제 전투에서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는 뒤에 조금씩 나온다.
탄금대 습지대에서 신립의 기마대가 무너진 장면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전투의 패배는 한성으로 일본군이 진격하는데 거침이 없게 해주었다.
일본군의 또 다른 진격 노선이었던 전라도 방향에는 진주성이 있었다.
곡창지대인 전라도로 가는 길목인 진주성에서 큰 전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보급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제1차 진주성 전투 이후 진주성이 일본군에게 함락되었지만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했다.
작가는 이야기를 제1차 진주성 전투에 초점을 맞추고, 그 치열한 전투를 보여준다.
일본군의 조총에 대한 이해가 진주성 1차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활과 다른 방식의 무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절한 대응이다.
만화를 읽다 보면 김시민도 대단하지만 그가 바란 대로 성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부대도 대단하다.
혹시 그들을 받아들이다 일본군이 처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진주성 외곽에서 일본군과 싸운 그들은 모두 전력 차이에 의해 몰살했다.
전쟁에서 이런 비정한 모습은 가슴 아프지만 필요한 것이다.
진주성 함락에 계속 실패한 일본군이 조선인들을 내세워 심리전을 펼치기도 한다.
실제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의 백성들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끝난 <고려 거란 전쟁>에서도 이보다 심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던가.
10배 정도 차이가 나는 약세에도 불구하고 김시민과 진주성의 백성들은 성을 지켜낸다.
흔히 공성전에서 3배 이상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것의 3배가 넘는 적군이다.
마지막 김시민의 전사 장면은 영화 <노량>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 그래픽노블은 개인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많이 전달해주었다.
어느 정도 사료에 바탕을 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무기의 연구와 등장은 눈길을 끈다.
치열한 전투 장면에서 사실적이고 참혹한 장면들이 많이 나와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군의 눈에 화살이 꽃힌 장면이나 손가락이 잘린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수적 열세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성안으로 적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적은 성을 넘어야 하고, 진주성 군민들은 이것을 막아야 한다.
서로가 물러날 수 없는 전투이고, 그만큼 치열하고 처절하다.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나오고, 이런 장면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고증에 충실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세부적인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잠시 끊어 읽으려는 나의 첫 의도는 재미와 새로운 사실들에 순식간에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