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모든 버전
그레이스 챈 지음, 성수지 옮김 / 그늘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변소설에 대한 나의 무지 하나를 먼저 말하자.

사변소설이란 단어를 보고 일본의 사소설과 같은 것으로 잘못 알았다.

찾아보니 사변소설은 미래의 인간상이나 사회상에 대한 사색을 중심으로 하는 소설이다.

영어 speculative fiction의 번역어이다. 처음 알았다.

르 귄과 밸러드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 이 계열이라고 한다.

르 귄의 소설을 읽으면서 본 듯하지만 내 취향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이 소설을 읽은 것은 SF소설이기 때문이다.

최근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 인간의 정신을 업로딩하는 문제를 다룬다.

그 규모가 나의 예상을 넘어섰고, 사고 실험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2088년 지구온난화로 인간의 삶은 점점 열악해진다.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호주는 뜨거운 열기와 먼지로 마스크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다.

사람들은 가상의 세계 가이아에 접속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직장도 가이아 안에서 얻고, 음식의 맛도 이 가이아를 통해 맛볼 수 있다.

현실에서의 만남보다 가이아에서의 만남이 더 일상적인 세계다.

주인공 타오이는 중국계이고, 남자 친구 네이빈과 함께 살고 있다.

네이빈은 몸이 아파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이 차이는 소설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된다.


이 가상세계는 정확하게 인지하지 않고 읽다 보면 현실과 뒤섞인다.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음식을 먹고 술을 먹는 공간이 가이아 안이다.

가이아에 로그인하는 장소는 정해져 있지만 사람들은 현실보다 이 공간에서 만나길 더 좋아한다.

가이아에 접속하는 기계를 통해 영양분들을 흡수할 수도 있다.

타오이의 직장도 이 가이아 속에 있고, 접속해서 일을 한다.

삶의 많은 시간을 가이아 안에서 보내는 것이 아주 익숙하다.

이때 마인드 업로딩 기술이 현실화된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가이아에 올려놓고 그 속에서 살 수 있다.

번거롭게 로그인하고, 로그아웃할 필요가 없다.

가이아에 마인드 업로딩한 사람들의 신체도 필요 없다.


마인드 업로딩을 두고 두 연인의 의견 대립이 생긴다.

병이 있는 네이빈은 신체를 벗어 던지고 가이아로 옮겨가길 바란다.

아직 현실을 떠나고 싶지 않고 그 촉감을 가지고 있는 타오이는 주저한다.

타오이의 엄마는 병을 앓고 있는데 마인드 업로딩해서 생을 유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인드 업로딩해서 가이아로 떠난다.

재밌는 부분은 마인드 업로딩한 후 신체에는 그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SF소설이 뇌 데이터만 올린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남겨진 신체는 소각하거나 바이오로 처리한다.

이 마인드 업로딩의 속도는 경이적이라 인류 대부분이 가이아로 떠난다.


마인드 업로딩한 사람과 로그인으로 접속한 사람의 차이가 나온다.

작가의 설명만 놓고 보면 기존과 큰 차이가 있다.

이 내용을 읽다 보면 그 수많은 데이터를 유지하고 보관하는 것에 의문이 생긴다.

이 거대한 데이터를 유지하는데 얼마나 큰 용량과 전력이 필요할까?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가이아 속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서버 등을 로봇이 관리한다고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이들이 가이아로 떠난 것이 지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이아로 떠나지 않은 사람들의 삶도 나오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

부분적으로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주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가 묵직해 시간이 좀더 걸린다.

이야기할 거리들이 가득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