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암, 바람의 노래 - 팔만대장경을 둘러싼 역사 무협 팩션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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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선영 작가의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최근에 나온 책들이 있나 검색해보니 신간이 보이지 않는다.

한때 즐겨 읽은 작가인데 소설 쪽보다 영화 쪽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작가가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조사했던 역사 등을 기록한 것이다.

기준이 되는 사료가 없고, 민간전승이나 야사를 통해 그 기록을 확인했다.

우리 역사 기록물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일본에 남아 있는 기록을 찾았다고 한다.

보통 열정과 정성이 아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임진왜란 당시 소암대사와 해인사 승병의 활약을 그린다.


솔직히 소암대사는 낯선 인물이다.

원효대사나 사명대사는 누구나 알 정도의 인물이지만 소암대사는 아니다.

홍의장군으로 불리는 곽재우도 유명하지만 그 활약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이런 인물들이 역사 속에 무수히 존재하지만 작가의 관심은 소암대사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소암대사와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엮었다.’

호국불교의 정통이 팔만대장경으로 이어져 있고, 왜군은 이것을 빼앗으려고 한다.

작가의 상상력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당시 조선을 유린하던 고니시 유키나카의 군대를 내세워 약탈하려고 한다.

이 작전의 배후에는 일본의 쇼군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있다.

그들의 거침없는 진군은 잠시 해인사 등에서 멈춘다.


작가는 세 곳을 집중으로 다룬다.

하나는 소암대사가 거주하는 해인사다.

두 번째는 팔만대장경을 약탈하기 위해 달여오는 고니시이 군대다.

마지막 하나는 일본 본토에서 이 전쟁을 지켜보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다.

일본의 전국전쟁이 토요토미에 의해 마무리된다.

그가 일본의 지배자가 되지만 아직 몸을 웅크린 채 기회를 기다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다.

일본군이 전체 병력을 조선으로 내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도쿠가와다.

작가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깔아두고 과거의 전투를 새롭게 해석한다.

대표적인 것이 탄금대에 배수진을 친 신립 장군이다.


해인사에 대한 설정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무승의 존재다.

중국 소림사와 맞짱을 떨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현재도 이런 무승들이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들의 무술이 뛰어나 소림사까지 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 소림사의 최고수 중 한 명이 절기의 유실을 두려워해 해인사에 기거한다.

그리고 무려 500여명의 무승들이 고니시의 1만 군사에 맞서 싸운다.

당연히 전면전이면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첩첩산중에 위치한 해인사의 지리와 무승의 존재를 몰랐던 왜군 덕분에 대결이 가능해졌다.

소암대사 등은 왜군들에게 다양한 군사 전략을 동원해 큰 타격을 입힌다.

숫자가 많이 줄었다고 해도 적의 숫자는 여전히 많다.


소설 속에서 소암대사의 무기는 언월도다.

삼국지에서 관우가 사용하는 것 같은 큰 무기다.

이 무기를 들고 적진을 달려 왜군을 베어 넘긴다.

다른 무승들도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 싸운다.

하지만 절대적인 숫자의 부족과 왜군들이 전쟁으로 단련된 군사란 부분이 전쟁을 힘들게 한다.

다행이라면 군사들이 한꺼번에 진입하기 힘든 지형이란 것 정도다.

한밤을 지나 다음 날 오후까지 이어지는 긴 전투는 소암대사와 승병들의 무력에 의해 멈춘다.

작가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소암대사의 이순신 장군의 위치까지 올려놓는다.

바다에서는 이순신의 그림자, 땅에서는 소암대사의 발소리만 들어도 피하라고 말한다.

내가 예상한 무협은 아니지만 하룻밤의 전투를 아주 재밌고 멋지게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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