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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우리를 벌할 수 없어 ㅣ 꿈꾸는섬 청소년문학 3
알프레드 고메스 세르다 지음, 엄지영 옮김 / 꿈꾸는섬 / 2023년 9월
평점 :
얇지만 묵직하고 무거운 소설이다.
하나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청소년 범죄를 다룬다.
그 범죄가 타인으로 향할 때 그냥 웃고 즐기는 재미난 게임 같다.
하지만 그 피해자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되면 분위기가 바뀐다.
이전에는 그냥 잡히지 않으면 되는 사건이 불안으로 가득 차게 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그려내고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오게 되면 양심과 현실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결코 단순하게 상황만 보면서 지나갈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마드리드 도시고속도로 위에서 세 아이가 위험한 장난을 계획한다.
달려오는 차 앞에 돌덩이를 던져 차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휴대 전화로 촬영한다.
첫 번째 차는 떨어지는 돌덩이를 보고 잘 피해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그 다음에 온 차는 떨어진 돌덩이를 피하려다 차가 뒤집어진다.
아드리안을 비롯한 세 아이는 이 영상을 찍고 인터넷에 올린다.
익명 뒤에 숨기 위해 학교 컴퓨터를 사용한다.
학교란 장소가 누구나 와서 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그리고 이 영상을 자신들만 보지 않고 인터넷에 올려 그 반응을 즐기려고 한다.
악질적인 이들의 놀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로 번진다.
소년들은 단순히 장난이었지만 현실은 큰 교통사고다.
아드리안에게는 누리아라는 여자 친구가 있다.
이른 새벽 그녀에게 전화를 하지만 받지 않는다.
그녀의 엄마가 아드리안 등이 친 장난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병원의 의사는 누리아의 엄마가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아드리안 등이 올린 영상은 이미 넓게 퍼져 모두가 봤다.
피해자 가족의 분노는 그 장난질의 대상에게 향한다.
하지만 경찰도 학교에서 영상을 올렸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이 사고 때문에 자수하자는 아이도 있지만 그 아이의 목소리는 묻힌다.
아드리안이 늦은 밤 돌아다닐 때 여동생도 밖에 있었다.
이 사고를 보고 여동생이 누가 범인인 줄 안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누리아는 아드리안에게 학교 안에서 범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이 범인이란 사실을 숨긴 채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까 고민한다.
이 고민의 과정과 심리의 변화, 남매 사이의 갈등 등은 뛰어난 가독성과 어우러진다.
자신의 아이가, 남자 친구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의 반응은 또 어떤가.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은 범인이 밝혀진 후 이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다.
도덕과 윤리는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사정없이 무너트린다.
이에 대한 반발을 의미하는 전화 한 통, 그 결말은 열렸지만 예상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