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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계절 - 귀주대첩, 속이는 자들의 얼굴
차무진 지음 / 요다 / 2024년 1월
평점 :
청소년 소설인 <엄마는 좀비>를 제외하면 그의 장편은 처음이다.
<해인>과 <김유신의 머리일까?>를 사 놓고 그냥 묵혀만 두고 있다.
사실 어디에 놓아두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그의 단편집을 재밌게 읽었기에 약간 기대를 하고 읽었다.
요즘 고려거란전쟁을 다룬 드라마나 소설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강감찬을 다룬 소설 등이 많다.
몇 권 읽었는데 개인적 취향에는 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든다.
밀도 있는 문장과 구성, 독특한 캐릭터와 최전선의 스파이전까지.
소설은 그 유명한 귀주대첩이 일어나기 전까지 상황을 아주 기괴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운 좋게 이 소설을 읽기 전 고려거란전쟁에 대한 역사 예능을 봤다.
세부적인 상황은 생략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알기에는 충분했다.
정해진 미래를 알고 있기에 작가가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물 강감찬에 대한 인물 묘사가 상당히 특이하다.
사서에 나오는 외모를 그대로 적용한 듯하면서도 특별한 능력을 하나 넣었다.
암시를 걸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설정이다.
가까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죽화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흔든다.
여기에 죽화와 함께 구주성에 발생한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각치가 있다.
귀주대첩에서 승리한 강감찬을 할아버지라 부르면서 극찬하는 프롤로그.
이야기는 거란의 수탈 부대가 구주성 근처에서 약탈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연약해 보이는 자매.
수탈을 끝낸 후 이 자매를 강간하려고 방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 자매가 보통 인물들이 아니라 그가 오히려 죽는다.
언니 죽화는 미래를 보고, 동생 매화를 사람을 죽이는 병에 걸렸다.
이들은 빼앗은 재물을 들고 무위사로 올라가지만 이곳은 거란군에게 발각된 곳이다.
거대한 범종 아래 몸을 숨긴 마을 사람들, 이들과 함께 몸을 숨긴 자매.
그리고 이들을 발견한 거란군의 학살과 운 좋게 살아남은 죽화.
거란군 장교는 죽화에게 임산부의 몸에서 꺼낸 아이를 주면서 첩자 역할을 맡긴다.
모두가 죽은 곳에서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듯한 매화.
매화를 끌고, 아이를 안고 죽화는 구주성으로 올라간다.
그러다 이상한 원숭이 탈을 쓴 노인과 사냥꾼을 만난다.
탈을 쓴 노인은 강감찬이고, 사냥꾼은 아주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 기묘한 조합, 아이의 존재 가치.
성 안으로 들어가면서 알게 되는 원숭이 탈의 정체, 사라진 김종현의 대마신군.
대마신군의 일부가 무참하게 살해당한 살인 사건.
여기서 쓰리나리란 약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쓰리나리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함백초보다 더 강력한 환각 작용을 한다는데 이미 북계의 사람들은 중독되어 있다.
성 안에서 강력한 중갑기병대 대마신군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단서가 사라졌다.
거란군과 싸우기 위해서는 이들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조급해하는 고려군 사령부, 대원수와 부원수 사이의 갈등.
성안에서 거란군과 싸울지, 성밖에서 싸울지를 두고 벌어지는 결정해야 하는 순간.
쓰리나리와 함께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북신이란 존재.
거란군과 싸우기 위해 쓰리나리를 흡입하면 생기는 용기와 그 부작용.
급박하게 돌아가는 구주성 안의 상황과 퇴각로를 어디로 정할지 고민하는 거란군.
엮이고 꼬인 상황 속에서 풀려나오는 장면과 설명은 강렬한 캐릭터와 더불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만나 만들어낸 거대한 연극 한 편.
거대한 마지막 전쟁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 곳곳에 심어놓은 이야기들.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또 다른 시각의 역사 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멋지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