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
윌리엄 피터 블래티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73년 공포영화 <엑소시스트>의 원작소설이다.

처음 출간된 판본이 아닌 출간 40주년을 을 맞아 가필 수정한 2011년 판본을 번역했다.

어느 정도 가필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는 굉장히 자극적인 표현이 나온다.

1970년대의 출판 사항을 생각하면 그런 표현이 허용되었는지 궁금하다.

이전에 영화 <오멘>의 원작을 읽었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일단 분량에서 큰 차이가 나고, 영화보다 훨씬 풍부한 내용과 장면들이 들어 있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 때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도 달라 놀랐다.

그래서 아마존 서평을 찾아보았는데 영화와 다르다는 평에 공감했다.

영화도 너무 오래 전에 본 것이라 둘을 비교하기에는 나의 기억력이 너무 떨어진다.


프롤로그에서 이라크 북부 발굴 현장을 보여준다.

이 발굴 현장의 책임자는 메린 신부다.

메린 신부가 다시 등장한 것은 마지막 구마 행위를 할 때다.

영화 속에 이 장면이 나오는지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빙의된 소녀의 엄마인 크리스의 일상이 나온다.

영화 배우로 성공한 크리스. 그녀는 이혼하고 십 대 딸 리건과 함께 산다.

성공적이고 평온한 일상에 조금씩 이상한 일이 생긴다.

리건의 방에서 옷이 사라진 후 나타나거나 옷장에 누군가 있다고 리건이 말한다.

크리스가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이 리건은 악령에게 조금씩 빙의된다.


크리스가 이야기의 한 축이라면 다른 두 축이 더 있다.

하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캐러스 신부이고, 다른 한 명은 킨더먼 형사다.

킨더먼 형사는 크리스의 집 앞에서 죽은 버크 데닝스 감독의 사인을 수사중이다.

그는 크리스의 집을 방문해 크리스와 그녀의 비서와 하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버크가 악령에 의해 죽은 듯한데 그의 수사는 다른 가능성을 살짝 암시한다.

캐러스 신부는 어머니가 죽은 후 자신의 믿음에 회의를 품고 있다.

정신과 의학을 전공한 예수회 신부인데 크리스가 그의 도움을 요청하면서 악령과의 싸움에 끼어든다.

정신의학 전공자의 입장에서 리건에게 접근했다가 나중에 바뀐다.

그의 시선은 엑소시즘이 아닌 정신의학자의 것이고, 이것은 그에게 오기 전 검정된 것이다.


캐러스 신부에게 오기 전 크리스는 유명한 의사에게 리건의 치료를 요청했다.

의사들은 그들의 경험 안에서 치료를 진행한다.

내과 부분에서 먼저 접근하고, 나중에는 정신의학의 입장에서 다가간다.

처음부터 리건을 악령에게 씐 아이로 치부하지 않고 모든 것을 검토한다.

이 과정은 예상 외의 묵직하고 과학적인 접근이라 솔직히 놀랐다.

정신병 환자들의 다양한 증상을 봤고, 빙의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의사들이다.

읽는 내내 답답하면서도 현대 의학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악령에 의해 잠식된 리건이 보여준 음란한 행위와 지저분한 욕설은 입에 담기도 어렵다.

아마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보여주었다면 등급외 판정에 상영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엑소시즘을 바탕으로 하면서 형사를 등장시켜 미스터리 요소도 같이 다룬다.

의학적인 접근법으로 문제를 풀려는 장면에서 다양한 환자의 증상을 알게 된다.

크리스가 마주한 악령과 캐러스 신부가 만난 악령은 같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메린 신부가 나타나 실제 퇴마 행위를 할 때 이 노력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그 또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대학도 예수교 소속의 조지타운대학교를 나왔다.

간결한 소개만으로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악령의 종교적, 철학적으로 접근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웹 판타지 소설에서 거대한 악과 싸우는 장면에 익숙한 나에게도 소설은 재밌다.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데 영화의 그 유명한 장면은 원작에 나오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