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이천우 지음 / 북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만나는 작가다.

세 남매의 타임루프 탈출기란 말에 혹했다.

책을 받고 잠시 타임루프를 다룬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첫 번째 타임루프가 일어날 때 설정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되돌아온 세 남매의 각각 다른 같은 시간 보내기를 봤다.

기존의 타임루프 소설과 다른 점은 세 명이고, 이들이 남매란 점이다.

혼자의 힘으로 이 시간의 고리를 깰 수 없고, 힘을 합쳐야 한다.

원인이 무엇인지도 몰라 각자 좌충우돌하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장남 진태, 차남 진수, 막내 해민. 이렇게 세 남매다.

진태는 아내에게 이혼하자고 한 상태이고, 회사의 정리해고 대상자다.

진수는 댄스 학원에서 만난 여성에게 차인 후 자살 시도 실패를 한다.

해민은 동아리 선배 언니를 짝사랑하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는다.

각자의 고민이 가득한 상태인데 아버지가 병으로 입원해 있다.

각자의 고민 때문에 각자의 삶을 사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상조회사를 통해 장례식을 치른 후 아버지의 집에서 유품을 정리한다.

비싼 양주를 꺼내 즐겁게 마시고, 오래된 턴테이블을 꺼내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8월 5일에 깨어난다.


다시 한 번 더 사는 삶.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살아간다.

진태는 이전 삶을 그대로 따라가고, 진수는 지난 번 실수를 거울 삼아 그녀와 잔다.

해민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선배 언니에게 어떻게 드러낼까? 고민하다 선배의 남친을 본다.

아버지는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시고, 세 남매는 장례식의 급을 높인다.

이번에도 같은 술을 마시고, 집 정리를 하다 아버지의 명상록을 발견한다.

젊은 시절 아버지의 기록들. 청춘과 사랑과 후회와 좌절 들이 들어 있다.

어떻게 보면 낯 뜨거운 이야기이지만 아버지의 청춘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작가는 여기서 아버지의 글을 현대의 문장이 아닌 그 시대의 문장으로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풀어낸 문장들이 좋다. 옛날 맛을 볼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세 남매는 다시 8월 5일에 깨어나고 진태는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일상을 깨닫는다.

다시 반복된 일상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변형하고 그대로 이어간다.

이 타임루프를 깰 방법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SF만화가인 해민은 분기점을 떠올리면서 새로운 해결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이 방식이 맞는 것일까? 일단 해보자.

그리고 아버지의 명상록은 어느 새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아버지가 내뱉은 의문의 여성 에이미. 명상록으로 그 흔적을 따라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잊고 있던 부모님들의 젊은 시절을 떠올려본다.

제대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그분들의 청춘 이야기.


미래로 나아가긴 위한 세 남매의 도전은 결국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자신들이 삶을 돌아보고 실패한 부분을 제대로 파악한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외치 이름의 여성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는다.

혹시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친척들에게 전화를 한다.

심부름센터까지 고용해 에이미를 찾는다.

그리고 최고의 장면이 아버지의 병실에서 펼쳐진다.

약간의 신파가 담겨 있지만 세 남매는 최상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 부분을 보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눈물과 웃음을 자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읽으면서 예상한 몇 가지는 현실적으로 다루어지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이 세 남매를 한 번 더 타임루프에 가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