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무덤
김종범 사진, 조용훈 글 / 몽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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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을 좋아한다.

최근에도 휴가를 가게 되면 제주도로 간다.

하지만 늘 가던 곳만 가다 보니 보는 곳에 한계가 있다.

익숙한 곳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지만 긴 시간이 아니라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

두 번째 여행에서 제주 사는 후배 도움으로 일주를 했지만 더 많은 곳에 대한 욕심이 없다.

그러다 최근에는 아이와 함께 오를 수 있는 오름에 올라간다.

조금씩 여행 영역을 넓히지만 한계는 있다.

그렇지만 보는 높이를 바꾸면서 다른 풍경을 보게 된다.

이 사진집을 보면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이 바로 높이와 시선의 변경이다.


많은 제주 여행을 하면서 제주의 무덤에 그렇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제주의 특이한 돌담과 함께 시선 한 번 던지고 가볍게 지나갔다.

차로 올라가는 오름에서 마주한 무덤도 덤덤하게 보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길다가 마주한 무덤은 잠시 특이하다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그런데 드론으로 찍은 사계절 제주의 무덤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단순히 무덤만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그 주변도 같이 보여준다.

무덤 하나만이 아니라 몇 개가 같이 놓여 있는 사진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농산물과 잘 정리된 공간과 함께 할 때 그 감동은 더 강해진다.

하얀 눈 속에 눈에 덮은 나무들과 함께 찍힌 사진은 정말 아름답고 멋지다.

하늘에서 본 무덤과 그 주변이 이렇게 아름답고 화려해도 되는 것일까?


이 사진집에 실린 거의 대부분의 무덤들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사진이다.

몇 개의 사진만이 사람의 눈높이에서 찍은 것이다.

트랙터가 황토 밭을 정리하면서 만든 기하학적 모양들은 또 어떤가.

어떤 사진은 중남미의 미스터리 서클을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갈대와 어우러진 무덤보다 역시 외롭게 눈 속에 놓인 무덤에 더 눈길이 간다.

물론 무덤 옆에 심어 놓은 채소를 수확하는 모습을 보면 그 공간이 새롭게 다가온다.

밭 한 가운데 묘자리를 삼았다는 부분은 내륙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어쩌면 다른 이유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삶의 공간과 딱 붙어 있다.

하지만 이런 무덤도 이장과 개발로 인해 파헤친 무덤이 적지 않다.

사진이 너무 멋지지만 조용훈 작가의 글은 너무 수사가 많고 현학적이다.

나의 낮은 수준에서는 직관적인 사진들이 더 가슴 깊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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