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전엔 거의 읽지 않았다. 요즘 가끔 다른 사람들의 평에 의해 한두 권 정도 읽는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도 책 뒷면에 나오는 두 작가의 추천사 때문이다. 어떤 책이기에 두 번이나 읽고, 감동적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책을 받은 후 읽기 시작하면서 그들에게 동의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모두 열두 명의 경험이 담겨있다. 하나하나가 놀랍고 신기하고 대단하다. 그들이 경험한 것들을 보면 우리가 보통 뉴스로 접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보통 안됐다! 고 말하거나 어쩌다! 라는 감탄사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일들이다. 우리에게 비추어지는 그들의 모습이 숫자와 상황과 비극과 영웅적인 행동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의 삶과 그 극한 경험의 순간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읽는 순간에도 느끼고 읽고 난 후에도 그들의 공통점을 찾는 나를 발견한다. 그 극한의 상황에서 그들이 생존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하고. 순식간에 지나가는 몇 가지 이야기를 떠올리면 그들이 포기를 몰랐다는 것이다. 희망이라는 것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이 소중히 생각하는 것을 위해 최후의 한 순간까지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살려고 노력한 것이다. 강한 의지와 노력이 그들의 삶을 소생시킨 것이다. 기적이라는 거창한 이름 대신 그들이 선택한 것은 최선과 정직과 집중과 노력이 있은 것이다.

 

삶 속에서 우린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포기한다. 못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현실에서 이런 소중한 경험의 글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프로복서 김택민씨나 태권도 사범이었던 간은태 선생이나 등반가 고 이현조씨의 이야기는 특히 가슴에 와 닿은 문장과 경험들이었다. 열심히 준비한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현실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김택민씨, 자신의 수련생도 아닌 소년의 연을 내리다가 감전된 후 한 팔을 잃었지만 천수여래처럼 수많은 다른 팔을 얻은 듯한 간은태 선생,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오르지 못한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보여준 경험과 하산 과정과 악수에서 큰 감동을 준 고 이현조씨 등의 이야기는 작가 권기태의 손을 통해 감동적이고 신비롭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물론 앞에서 말한 세 사람 외에도 나에게 큰 감동을 주신 분들이 많다. 거북이 등에 매달려 살아나신 임강룡 선생이나 집착을 버리고 땅이 아닌 하늘을 본 순간 살길을 찾은 여류조종사 김경오 선생님이나 맨홀 밑 암흑 속에서 며칠을 견디며 살아나신 조성철 선생님이나 얼마전 평창에서 폭우와 산사태로 사선을 넘어신 김진문 선생님 등의 다른 분들 경험은 작가가 아름답게 화려하게 수식을 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자체로 많은 점을 시사하고 우리가 삶에서 가져야할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삶과 죽음의 순간에 대한 기록보다 그 결렬하고 무시무시하고 위험천만한 순간보다 나에게 더 와 닿은 것은 그 사고 후 그들이 느낀 감정과 삶의 변화다. 그리고 그들이 생활 속에서 구현하고 있을 그 당시의 깨달음이 나에겐 더 큰 감동을 준다. 작가의 너무 화려한 문장과 표현이 약간 사실성을 떨어트리기는 하지만 줄치고 다른 곳에 옮겨놓은 싶은 문장들로 가득하다. 이 책을 읽고 그 어떠한 순간에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바람을 찾아내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