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앙의 책
오다 마사쿠니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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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일본 작가다.

이 작가의 다른 책이 궁금해 찾아보니 딱 한 권 더 있다. 그런데 절판이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라는 요상한 제목이다. 내용은 궁금하다.

이 책을 읽기 전 다른 서평을 간단히 훑어봤는데 기묘한 느낌이었다.

이 느낌은 실제 이 책을 읽으면서 각 단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왔다.

한 번은 느끼고 싶고, 그 괴이함에 놀라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의아해하면서 말이다.

일곱 편의 기묘하고 괴이한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식서>는 읽으면서 옛날 영어 사전을 먹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난 뒤 그 장을 찢어서 먹었다는 사람들.

이 단편에서는 우연히 화장실 문을 열었다가 책을 찢어 먹는 여자를 발견한다.

한 번 맛을 보면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소설가인 화자는 집에 있는 책 한 권을 뽑아 한쪽을 찢어 먹는다.

그리고 그는 책 속에 들어가서 잊을 수 없는 생생한 경험을 한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미래에 가상 현실과 닮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책 먹기가 어느 순간 일상을 잠식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미미모구리>는 기묘한 손모양을 만들어 타인의 귀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다.

우연히 전철에서 한 승객이 잠든 여성의 귀를 열고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같이 내려 그녀를 따라갔는데 그 여자의 반응이 이상하다.

그리고 그 앞에 그녀 귓속으로 들어갔다는 남자가 그 앞에 나타난다.

그는 이 특별한 기술이 가진 의미와 주의할 사항을 화자에게 알려준다.

들어갈 때 손모양과 나올 때 손모양을 다르고, 정확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오랫동안 있으면 안 되고, 자신의 귀로 들어가면 안 된다.

하지만 화자는 이런 금기들을 어기고, 생각하지 못한 삶을 계속해서 살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풀어낸 이야기는 신체 강탈자의 새로운 버전임을 알려준다.


<상색기>는 왠지 모르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취향 탓인 듯하다.

세상이 회색으로 변하고, 사람들이 회인이 되고, 합쳐져 이상한 모양의 괴물이 된다.

이런 변화를 보통의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고 주인공과 그의 아내만 보고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기 전 화자가 꾸는 꿈을 통해 세상의 종말에 대해 알려준다.

세상의 종말과 다른 차원의 또 다른 세상, 왠지 모르게 너무 무력한 것 같다.

<부드러운 곳으로 돌아가다>는 마지막 부분에서 의문이 생긴다.

왜 그가 선택되었을까? 그가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일까? 우연일까?

마른 아내를 둔 그가 우연히 옆에 앉은 풍만한 여성의 부드러운 살결에 매혹된다.

이 강렬한 부드러운 매력은 그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고 강렬한 욕망으로 휘감는다.

단순히 성적 취향의 변화라고 하기에는 진행과정이 너무 자극적이고 섬찟하다.


<농장>은 새로운 방식의 인간 배양 방식을 다룬다.

코를 알 수 없는 액체에 담근 후 땅에 묻어 다시 코를 벤 나이의 사람으로 재생한다.

서늘하고 무서운 반전을 기대하고 읽었지만 잔혹한 묘사는 자제되어 있다.

하지만 이 기묘한 농장과 반복되는 삶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력을 뻗어 나가게 한다.

<머리카락 재앙>은 머리카락 신을 섬기는 신흥종교에 대한 이야기다.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신흥종교의 예상하지 못한 잔혹한 포교를 뛰어넘었다.

돈에 이끌려 이 종교의 행사장에 온 그녀가 마주한 장면들은 기괴하다.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문장 그래도 볼 것인지, 상징으로 이해할 것인지 생각에 잠긴다.


<나부와 나부 裸婦と裸夫>는 모두 읽은 지금 이 갑작스러운 변화의 원인을 생각한다.

갑작스럽게 옷을 벗고, 다른 사람들도 옷을 벗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

한 번도 여성을 사귀어 보지도, 성교도 못해본 남자 주인공.

새로운 전염병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다.

무서움보다 기이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나체 행동.

그리고 마지막에 보여주는 거대한 재앙과 나부들의 변화.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장면이 주는 인류의 가능성과 희망.

이렇게 일곱 편은 예전에 본 영화나 만화 등의 상상력과 엮이고 꼬이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앞의 단편들이 개인적인 부분들이라면 뒤로 가면서 그 규모가 거대해진다.

재밌지만 즐겁고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물론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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