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미싱(missing)이란 사전적 의미는 ‘있어야 할 곳에 없는, 분실한, 행방불명인’ 등이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본 것은 이 책의 제목이 이 단편집 속에 있는 단편의 한 편이 아니라 일관되게 흐르게 감정의 흐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다섯 편의 단편에서 각각 다른 설정과 다른 주인공들이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드러나는 혹은 숨겨져 있는 감정인 것이다.

 

작가의 다른 번역소설인 ‘자정 5분전’을 읽고 상당히 특이하면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그의 단편집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 그 관심의 결과는 역시 만족이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일상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그 미스터리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아련하게 젖어들게 하기 때문이다. 선생과 사랑에 빠진 여고생이나 교통사고 당한 동생의 삶을 살아가는 언니나 실버타운에서 살아가며 이상한 청년을 만나는 노인이나 자신의 삶을 잃어가는 한 여자나 겉으로 드러난 단정하고 바른 이미지 넘어 불타오르는 폭력성을 가진 교수 등을 보면서 미싱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그리움이다.

 

제16회 소설추리신인상을 수상한 ‘잠자는 바다’는 자살에 실패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여고생과의 관계와 죽음은 생각하지 못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가 상실한 감정과 그리움과 아픔이 미스터리에 잘 녹아들어간 작품이다. ‘기도하는 등불’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죽은 여동생을 대신해서 사는 한 여자의 삶 속에 숨겨진 비밀이 드러난 순간 삶이 주는 거짓과 힘겨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매미의 흔적’은 어쩌면 이 단편집에서 가장 무난한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한 노인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상황과 그 비밀을 보다보면 누구나 실수는 한다는 것과 자신을 기억해주는 누군가를 그리워함을 알게 된다.

 

‘유리’는 보면서 작가의 다른 소설 ‘자정 5분전’을 가장 많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화자가 말하는 루코를 보면서 그 황당한 청소년기와 성장 후 삶을 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지 지금도 의문이고 마지막 편지의 내용도 궁금하다. 마지막 작품인 ‘그가 서식하는 곳’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고교 동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의 정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논리정연하고 이성적인 그 삶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동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중인격을 의심하게 만든다. 바른 생활 사나이의 내면에 숨겨진 폭력과 야수성은 마음속으로 못할 짓이 없다는 말이 생각나게 만든다.

 

그렇게 많지 않은 분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숨에 읽었다. 문장이 살아있고, 이야기는 마지막 숨겨진 비밀을 위해 잘 짜여 있다. 숨겨진 미스터리를 풀어주는 장면에서 생각하지 못한 말들이 나올 때면 삶이란 것과 우리가 잊어버린 것과 그리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삶의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부딪히는 선택이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만약이라는 말이 우리가 삶에서 늘 하는 아쉬움의 표현이듯이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마음속에 만약이라는 가정과 잊어버린 혹은 잊고 싶은 혹은 그리워하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면 그들도 우리처럼 일상의 평온함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