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캡슐 - 15년 만에 도착한 편지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윤수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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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을 읽었다.

고백부터 먼저 하자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츠 이치와 착각했다.

이름을 착각하는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리하라 이치의 시리즈들(도착 시리즈, ‘**자 시리즈)은 언제나 한두 권 정도만 읽었다.

달릴 때 한 번에 달리지 않으면 이런 경우가 빈번하다.

작가에 대한 간단한 감상은 여기까지 하자.


‘15년 만에 도착한 편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장편 추리소설이란 글을 보고 하나의 이야기라고 다가 갔다가 연작이자 장편인 것에 먼저 놀랐다.

7명이 받은 15년 만의 편지. 그리고 각각의 사연과 사건들.

여기에 개입한 편자라는 존재.

서술 트릭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

단순한 연작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순간 또 한 번 펼쳐지는 반전.

앞으로 넘어가 확인하고,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분명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먼저 뭐지? 하는 의문과 나의 이해력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단편의 매력도 같이 가지고 있다.

15년 만에 도착한 편지들로 인해 생기는 사건들은 제각각 서술 트릭으로 진행된다.

기억력이 좋은 독자라면 이 각각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다른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모두 읽은 후에는 앞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연관성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고, 반전에 놀라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다.

알지만 읽을 때면 나 자신도 모르게 선입견이 작동하면서 사건을 놓친다.

대표적인 것이 <재회>와 <수장작 없음>과 <기다리는 사람 오지 않다>이다.

<재회>는 첫 단편이라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다른 작품은 그냥 당했다.

<유서>와 <인사 편지> 정도가 쉽게 예측 가능했다고 할 수 있을까!


<협박 편지>와 <수상작 없음>은 교묘한 연출에 시선이 그대로 빼앗겼다.

손가락과 아들의 부재가 그렇다.

이 두 편은 나중에 다른 이야기들과 이어지면서 또 다른 연관성을 가진다.

특히 <수상작 없음>은 작가의 대표작과 이어지는 부분과 출판사 문제가 엮여 더 재밌었다.

<기다리는 사람 오지 않다>는 하나는 맞추었지만 다른 하나는 생각조차 못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머릿속은 15년 뒤에 편지를 받는 것을 생각한다.

15년 전의 편지를 지금 받거나 아니면 15년 뒤에 편지를 받는 것이다.

미래는 모르겠지만 지금 받는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이 소설 속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했을까? 알 수 없다.


15년만에 도착한 편지가 불러온 다양한 사건과 이야기들.

그 속에 감추어져 있던 악의와 이기심과 간절한 사연들.

서술 트릭으로 엮이면서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장면들.

이 트릭에 감탄하면서 이해하지 못한 장면은 또 다시 돌아본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떠오르는 생각 하나.

이 작가의 읽지 않은 다른 소설에 대한 강렬한 열망.

어차피 또 당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서 더 읽고 싶은 소설들.

오랜만에 멋진 서술 트릭에 당하고 재밌어 하고,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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