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탐인 - 조선스파이
정명섭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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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복수극이다.

조선 초기 태종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체탐인은 스파이를 의미한다.

솔직히 말해 조선 시대 스파이 소설을 기대했다.

하지만 스파이 활동은 첫 대목만 나오고, 다른 부분은 신분 세탁과 복수를 다룬다.

조유경의 집안이 몰락한 것은 그가 입을 잘못 놀린 몇 가지 실수 때문이다.

체탐인으로 된 것은 그를 죽여 후한을 완전히 제거하고자 하는 욕망이 섞여 있다.

서생으로 살던 그가 체탐인이 되어 압록강 건너 여진족을 찾아간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운 좋게, 다른 체탐인의 도움을 살아남고, 거대한 부의 비밀을 알게 된다.


상상초월하는 재화를 얻게 된 그는 신분을 위조한다.

자신과 그 가족을 고발한 친구(?)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

엄청난 부는 그가 하려고 하는 복수에 아주 좋은 재료다.

아낌없이 재화를 풀어서 원수들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몇몇은 조정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고, 왕세자와 사돈이 되었다.

여기에 조선 초기 태종의 친인척 등을 제거한 역사적 사실이 끼어든다.

자신의 아들이 왕이 되었을 때 외척으로 권력을 쥐는 것을 미리 막은 것이다.

왕의 의중이 그렇다고 바로 진행되는 일이 아니다.

밑에서 상황을 만들어 올려줘야 왕이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작업을 조유경이 복수와 함께 진행한다.


십수 년이 지난 후 그의 곱상한 외모는 얼굴의 상처와 함께 변한다.

이 바뀐 얼굴을 보고 그의 친구들과 종복은 알아채지 못한다.

그런데 한때 정혼자였던 석란은 바로 그의 정체를 알아챈다.

이 장면을 보고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유경과 함께 한 시간을 따지면 이전 친구와 종복이 훨씬 많을 텐데 말이다.

그와 함께 움직이는 여진족 울매는 든든한 보디가드다.

그가 조유경을 잡았고, 형제처럼 자랐고, 나중에는 큰 도움을 받았다.

연관성이 이어지는 대목이 있지만 너무 빠르게 너무 급하게 진행된다.


조선판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 소개글도 있다.

이 부분은 동의한다. 너무나도 닮은 점이 많다.

닮은 점이 많고, 기대한 스파이 활약은 없어 많이 아쉽다.

태종의 무자비한 행동과 복수극을 엮으려고 한 듯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예상한 결말로 나아가면서 힘을 잃는다.

역사적 사실을 이용한 부분은 좋았지만 기대한 체탐인은 없었다.

필력이 좋아 잘 읽히지만 늘 그렇듯이 장편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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