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진연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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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나이에 비해 등단이 2008년으로 상당히 늦었다.

이후 나온 소설들의 숫자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이야기 중심의 소설이 아니다 보니 읽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의도적으로 문장을 반복하고, 그 끝을 살짝 바꾸는 작업들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

천천히 읽어야 하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 쉬운 소설도 아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책을 읽다 보면 문장에 순간적으로 빠지는 순간들이 있다.

평소보다 느리게 읽는다고 했는데 빨리 읽은 탓일까?


단편 한 편 한 편을 떠올리면서 글을 쓰고 싶지만 쓸려고 하니 내용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책 속에 나온 관계들을 떠올려 보지만 그 다음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읽은 <떠도는 음악들>이 가장 먼저 희미해진다.

음악과 이야기들, 낯선 제목의 음악들. 그 둘의 연관성.

표제작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은 읽는 내내 공원이나 길에서 본 개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유아차에 탄 개들. 늙고 병 들어 생명을 다한 개들.

일상의 반복 속에서 마주하는 과거와 현재.

<없어야 할 것이 있게 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것이 있는 존재의 정체가 궁금하다.

잉태한 적 없는데 낳았다는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바다가 들어갔다가 나오는 일을 반복하는 이모의 존재도.


<우리가 아직 소년이었을 때>에 등장하는 두 소년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여성과 남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던 때. 여성도 남성도 못 되었던 때”가 소년기란 의미일까?

아니면 판타지 소설 속 성적 분화가 나누어지기 전이란 의미일까?

그들의 감정, 사랑, 열정. 행동 등이 짧게 끊어지는 문장으로 표현되는 마지막 장은 인상적이다.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은 아무>는 말장난 같은 제목이 눈길을 먼저 끌었다.

여자 친구인 듯한 화자, 하지만 아무와는 그 어떤 신체적 접촉이 없는 그들.

비슷한 문장을 나열하면서 풀어내는 이미지는 손끝에서 닿을 듯 말 듯한다.

<바깥의 높이>는 야경꾼이 동네를 돌면서 소리치는 장면과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보다 죽어 있을 때 더 많이 어머니를 생각했다.”라 문장만 남아 있다.


<음표들의 도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른다.

음표 모자를 쓰고 돌아다녀야 하는 도시, 마지막 장면과 굳어버린 몸과 마음.

이 다음에 화자의 여행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울퉁불퉁한 고통>은 트렁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반복되는 행동을 하는 여자, 어머니의 죽음, 외로움 등이 강한 인상을 준다.

<구름>은 기이한 일과 백수의 일상과 외로움 등이 엮여 있다.

기이한 일은 검은 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빛과 이 현상의 반복이다.

지방대 출신이지만 좋은 대기업에 취직한 G와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백수인 화자의 대비

화자의 여자 친구 J에 대한 추억. 이 추억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은 노골적이고 사실적이다.

연락되지 않는 G의 방으로 들어가 책들 사이에 머무는 화자와 구름의 현상은 닮아 있다.

머릿속에 이미지와 장면 몇 개가 혼란스럽게 뛰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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