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평점 :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처음 읽는다.
이번 수상작품집에 올라온 작가 중 한 번이라고 읽은 작가는 단 두 명이다.
대상을 받은 안보윤과 오래 전에 읽었던 김인숙이다.
김멜라의 경우는 여기저기에서 이름을 본 적이 있지만 다른 작가들은 아주 낯설다.
책 제목이 낯익은 몇 명이 보이지만 딱 거기에 머문다.
소위 말하는 문학상에 눈길을 오랫동안 주지 않으면서 생긴 낯설음이다.
장르 소설에 집중하면서 문단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아주 대중적인 소수에 머물었다.
한때 이상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에 늘 관심을 두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주 큰 변화다.
총 여덟 편이 실려 있다.
대상 수상작과 수상작가의 자선작이 두 편이고, 다른 여섯 명이 각 한 편이다.
아주 강한 인상을 준 것은 당연히 안보윤의 두 편이다.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은 학폭 가해자의 사망 이후 피해자의 시선을 그려낸다.
학폭 가해자가 죽은 사건 현장에 피해자가 있었다는 이유로 그는 용의자 취급받는다.
학폭 가해자 엄마의 지속적인 사실 확인 요청은 또 다른 가해다.
사건의 진실을 마지막까지 숨긴 채 끌어가는 힘과 재미가 대단하다.
<너머의 세계>는 최근 초등학교 교사들의 자살 사건과 맞물려 있다.
교사이지만 학교에서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교사.
피해자였지만 가해자의 부모에게 꼬투리를 잡혀 가해자처럼 변한 교사.
이 교사가 그 어떤 일에도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 것과 연결된 하나의 영상.
읽는 내내 불편하고 거북했고 답답했다.
강보라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다.
여행지의 고인물이 보여주는 유치한 행동들.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서 여유 있는 여행자가 된 후의 변화.
여행지에서 만난 그들과의 일상과 예상한 행동과 예상하지 못한 모습.
왠지 모르게 이야기 속 상황들이 낯익고, 예술에 대한 이해는 낯설다.
김병운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는 오독으로 시작했다.
죽은 삼촌이 살아 있다는 부분을 놓친 것이다.
죽었다고 생각한 삼촌을 만나러 가면서 생기는 이야기다.
동성애자 삼촌에 대한 기억과 삼촌이 생각하는 조카의 모습.
사회의 시선 때문에 생긴 문제들과 현실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김인숙의 <자작나무 숲>은 호더 할머니에 대한 손녀딸의 기억을 다룬다.
할머니를 묻어러 가는 길에 떠오르는 기억들과 그 유산에 대한 희망이 강하게 다가온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언젠가 본 호더 할머니를 다룬 방송이 떠올랐다.
그 할머니는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딸을 위해 쓰레기를 모은다고 말했다.
버리지 못하고 모으기만 하는 할머니, 그러다 나의 삶도 그렇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다.
신주희의 <작은 방주들>은 현실을 잘 모으고 엮었다.
코인 사기와 직장의 부조리를 엮었고, 가해 집단의 일원이면서 피해자인 친구도 보여준다.
사건을 단순하게 볼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희망을 훔치고 자신을 포장하는 모습은 얄밉지만 현실적이다.
왜 작가는 우유니를 그렇게 가고 싶게 했을까?
지혜의 <북명 너머에서>는 현재가 아닌 과거 회상을 담고 있다.
이제는 나마저도 희미해진 지방의 백화점 풍경.
추억 속 백화점 북명에서 일할 때 만난 예쁘고 멋진 언니 조옥.
그녀를 통해 알게 되는 다른 세계와 그녀에 대한 소문들.
구덩이와 과거의 회상이 엮이고, 나도 잠시 과거의 시간으로 넘어간다.
김멜라의 <이응 이응>은 도발적이다.
자위 기계인 이응이 통용되는 사회, 인간과 인간의 성적 접촉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
혼자만 사용하는 이응이 아닌 여러 명이 사용 가능한 이응.
이 기계가 만들어낼 새로운 미래, 작가는 이 미래를 믿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사고 실험일까? 왠지 모르게 문장들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