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중 한 권이다.

이 작가는 엄청난 과작(寡作)의 작가인 모양이다.

겨우 단편 소설 두 편 실린 이 책이 그의 첫 소설집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아주 오래 전 이 단편들을 이미 쓴 듯하다.

실제 인터넷 서점에 그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이 책을 빼면 보이지 않는다.

만화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다기에 혹시 하는 마음에 검색해 보았지만 없었다.

<사이버 제국의 해커들> 중고판만 온라인 중고에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좋아 관심이 있다.

분량을 더 늘였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단편들이다.


표제작 <검은 고양이>는 상당한 흡입력을 보여주는 단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장과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액자를 청계천 벼룩시장에서 산 다음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밤에 아파트 누군가의 집에서 고양이가 울고 있다는 소문이 생긴다.

아주 싼 가격에 산 액자 뒤에서 발견한 글자. 서점이름.

일 때문에 광주에 갔다가 그 서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일제강점기 광주학생운동과 관련된 학생들에 대한 짧은 이야기다.

작가는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지 않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아마 여기서 더 파고들었다면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정국에 엇갈린 그 시절 청년들의 삶이 나왔을 것이다.

묵직하고 단단한 문장은 가독성을 높이고, 미스터리처럼 다룬 구성은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 한다.

소설 속에 괜히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인용한 것은 그 단편의 거대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쥐의 미로>는 어떻게 보면 <1984>의 변형이다.

화자는 대학 시간강사를 전전하다 4배의 월급을 받고 CCTV를 하루 종일 보는 일을 한다.

쉬는 날도 없고 매일 정시 출근해서 혼자만의 방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손으로 본 것을 기록한다.

그가 기록하는 것은 CCTV 영상에 비친 대상의 감정이다.

한국에 깔린 수없이 많은 숫자의 CCTV. 어느 순간 우린 이것에 너무나도 둔감해졌다.

화자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그가 하는 일은 조금씩 그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아내의 모습.

누가, 왜 이런 일을 하고, CCTV에 계속해서 나오는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런 호기심을 풀어주기보다 기계의 부속처럼 다루어진 남자의 파멸을 보여준다.

작가가 해마다 겨울에서 봄까지 칩거해서 쓰고 있다는 장편소설은 그 실체가 언제 드러날까?

이 문화창작지원 선정작 중 현재까지 가장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