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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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작가다. 하지만 처음 낸 소설은 아니다.

이미 한국에도 몇 권 번역되어 나와 있다.

라이트노벨 풍의 표지로 되어 있는데 본 적이 있다.

이번 소설의 표지는 나에게 90년대 감성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이 소설이 최근작이 아니라 번역만 늦은 소설로 착각했다.

소개 중에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바로 무호적자란 부분이다.

최근에 읽은 츠지 히토나리의 <한밤중의 아이>에서 이 부분을 다루었다.

도쿄대 법대 출신이라고 하는데 무호적자에 대한 법 개정 부분이 소설 속에 잘 녹아 있다.


1996년 5월 주인공 리호코 여섯 살 때 이야기로 문을 연다.

새와 함께 감금된 세 살 남자아이와 한 살 여자아이가 뉴스에 나온다.

엄마가 아이들을 방임하고 유기한 끔찍한 뉴스다.

그리고 1년 후 피해 아동들은 유괴되어 사라진다.

이후 리호코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찰이 되었다.

형사가 된 후 육아 휴직에서 돌아와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2021년 4월 19일, 아니 20일에 살인 미수 사건이 발생해 출동한다.

다행히 피해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흉기인 과도가 떨어져 있다.

가해자의 얼굴을 보지 못해 남녀의 구분도 불분명하고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이런 그들을 몰래 보는 여성이 한 명 있다. 바로 하나다.


하나는 자신이 헤어지자고 말한 남자친구를 뒤에서 칼로 찔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 자백했던 내용을 번복하고 범행을 부인한다.

임의로 요청하는 DNA 채취도 거부하고, 호적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당연히 신분증이 없고, PC방 등과 남자친구 집을 전전하면서 살았다고 말한다.

부모에 대한 기억도 없고, 자신을 증명할 그 어떤 서류도 없다.

이런 그녀를 오랫동안 구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리호코는 그녀를 풀어준 후 호기심에 그녀의 뒤를 밟는다.

지역의 큰 공장 뒤쪽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보고 따라간다.

이곳은 무호적자들이 공장주의 편의에 의해 머물고 있는 작은 아지트다.


스스로 이곳을 유토피아라고 부르면서 15명의 무호적자가 살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고, 적지만 급여도 받으면서 살아간다.

이곳의 보스는 협상계로 불리는 료다. 그는 하나의 오빠다.

리호코는 살인 도구가 이곳에서 사라진 과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정확하지 않다.

료는 외국의 자립생활이 가능한 공동체처럼 이곳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

나름의 규칙과 규율이 있지만 그렇게 강하게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들에게서 한 발 물러 선 리호코는 혹시 이 남매가 오래 전 유괴된 새장 아이가 아닐까 의심한다.

이 의문은 경시청 수사1과 특명수사대책실로 연락하고 이 사건의 담당자 하야마를 만난다.


하야마는 이 사건을 해결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출세 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엘리트 형사라는 것을 곳곳에 드러낸다.

둘은 하나와 료의 DNA를 채취해 과거의 미해결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리히코는 어린 시절 자신을 경찰로 만들었던 사건 해결이 목적이다.

함께 공장에 가서 정보를 모으고, 가능성을 확인한다.

아직 부족한 정보가 많아 더 많은 자료를 모아야 한다.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리호코의 힘겨운 현실이 잠깐 나온다.

그녀에게 다행인 것은 남편이 프로그래머로 재택 근무하면서 집과 딸을 돌보는 것이다.

잠시 집의 문제는 뒤로 미루고, 본래의 업무와 새장 사건에 집중한다.


리호코는 무호적자가 겪는 어려움을 알아내고, 그들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이 무호적자를 도와주려고 하는 시의원을 만나고 이 정보를 유토피아에 전달한다.

그녀의 이런 노력은 쉽게 그들의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경찰이라는 본분을 완전히 잊을 정도도 아니다.

과거의 자료를 파헤치고, 기록을 찾고, 새로운 단서와 연결한다.

보통의 미스터리 소설이 진행하는 이런 과정보다 그들의 사연과 삶에 더 눈길을 준다.

그래서 이 소설은 긴박감은 조금 떨어진다.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보다 무호적자 문제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히 가독성이 좋고, 과거 사건의 연관성을 드러내면서 시선을 잡아둔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과 새로운 삶에 대한 현실적 표현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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