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칠리아하면 가장 먼저 마피아가 떠오른다.

내가 본 영화나 소설 등에서 시칠리아 마피아는 너무 잔혹하고, 매력적이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영화 <대부>의 주인공도 시칠리아 출신이다.

이 섬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시칠리아는 그냥 이탈리아의 섬이거나 마피아의 고향 정도였다.

하지만 이탈리아에 대해 알수록 이 섬은 다르게 다가왔다.

이탈리아 남북의 경제력 차이 부분은 그냥 무심코 읽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알게 되면서 다른 시각을 가진 것이다.

겨우 이 책 한 권 읽고 내가 시칠리아를 안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 섬에 대한 이해의 첫 발을 내딛는 데는 큰 도움을 받았다.


저자는 시칠리아의 역사를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800년경 시칠리아에 처음 식민지를 개척한 페니키아인들에서 시작한다.

그리스, 로마, 반달족, 이슬람, 프랑스 노르만, 호엔슈타우펜 왕조, 카페 왕조, 아라곤 왕조, 합스부르크 왕조, 부르봉 왕조 등으로 이어진다.

통일 이탈리아가 세워졌다고 시칠리아의 수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북부 이탈리아가 남부를 차별하면서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 압축된 역사를 읽으면서 왜 이들의 비극은 덜 알려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유럽의 거대한 곡창 지대를 노린 주변 강대국의 수탈이 이렇게나 긴 역사를 가졌는데 말이다.

그리고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생긴 부분은 읽으면서 매우 안타까웠다.

대충 알고 있던 로마사와 관련해서는 더욱 무심한 부분이 많았다.


이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 강대국의 관심을 벗어난 계기가 재밌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 이 섬에 대한 관심을 예전보다 적게 했다.

이전까지 유럽인에게 지중해는 가장 거대한 바다였고, 시칠리아는 가장 큰 섬이었다.

북아프리카와 지중해의 해상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충지였다.

강대국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수탈 행위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바뀐 수탈 세력은 가혹한 세금과 폭정으로 수탈을 이어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도 멈추지 않은 수탈의 역사다.

믿었던 참주나 왕에게 배반당한 시칠리아인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된다.


한때 시칠리아가 지중해의 곡물 창고에서 유럽 문화의 중심지가 된 적이 있다.

비록 그 시간이 길지 않았고, 시칠리아인들의 삶이 풍족해진 것은 아니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이 공존하는 순간도 있었다.

이베리아 반도와 닮은 부분도 있지만 독자적인 왕조가 없었다는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민주정이 도입되었다가 중세 봉건제로 퇴행하는 일이 일어난다.

외부의 지배 세력이 앞잡이가 된 세력의 수탈은 더욱 가혹했다.

시칠리아와 비교해 짧은 우리의 일제강점기를 생각하면 이 부분은 더 부각된다.

물론 이런 역사 때문에 이들의 비극이 좀더 가까이 다가온다.


얼마 전 여행 카페에서 시칠리아로 여행가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탈리아 반도에 비해 저렴한 물가, 아름다운 풍경 등이 생각난다.

실제 에트나 화산은 여전히 연기를 품고 마그마를 흘려보낸다.

검색하면 최근에도 분화로 인한 굉음과 공항 일시 폐쇄가 있었다.

이런 자연 풍경보다 나의 시선을 더욱 강하게 끌어당긴 것은 표지 사진이다.

김도근 작가가 찍은 시칠리아 어부인데 그 표정이 너무나도 강렬하다.

아쉽게도 이 어부는 최근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책 후반에 마피아와 이탈리아 남북의 경제력 격차 등에 대해 간략하게 보여준다.

아직도 마피아와의 전쟁은 진행 중이고, 높은 실업률은 많은 문제를 품고 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시칠리아의 역사를 압축해서 읽기는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