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영혼 1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냉정한 작가다. 책을 읽고 난 지금 작가에 대해 냉정하다고 해야 하나? 비정하다고 해야 하나? 약간 혼란스럽고 잘 모르겠다. 영어권 스릴러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속도감이나 몰입도가 대단하다. 연쇄살인과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1980년 한 소년이 대형 쇼핑몰에서 사라진다. 90년대 말쯤 추정되는 시기 아리따운 심리학과 여학생 줄리에트는 채팅으로 알고 있던 한 남자에게 납치된다. 그 전에 포틀랜드에선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연쇄살인범은 포틀랜드 인간백정이라고 불린다. 이를 쫓는 형사들 중에 프로파일러로 현장에서 근무하고 싶어 FBI를 뛰쳐나온 주인공 조슈아 브롤린이 있다. 그는 과학수사대가 찾은 단서를 쫓던 중 줄리에트를 구하고, 동시에 인간백정 릴랜드 보몬트를 살해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다시 인간백정과 동일한 살인방식으로 죽은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요약해보았다. 물론 초반에 대한 것이지만 중요한 단서들이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사로잡은 생각이 이 책 처음에 나온 한 소년의 실종사건이다. 또 하나 줄리에트가 사라지기 전과 1년이 지난 후 현재 들은 수업에서 스톡홀름 신드롬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둘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야기가 전개되어가면서 형사들이 밝혀내는 단서들에 의해 하나의 윤곽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작가는 이를 염두에 두고 구성한 듯하다. 아니면 나만의 착각인가?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프로파일러로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로 범인상을 추론하고 상황을 재구성하는 브롤린이나 1년 전 사건의 악몽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지만 브롤린과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면서 단서를 제공하는 줄리에트나 풍부한 경험과 넉넉한 살을 가진 래리 샐힌드로나 낙하산 인사로 처음부터 수사단과 좋은 관계를 이루지 못했지만 가끔 놀라운 관찰력을 보여주는 벤틀리 코틀랜드 등이 그렇다. 이들이 범인과의 대결에서 보여주는 팀웍과 노력들은 다른 수사원들의 노력과 더불어 이 소설의 재미를 구성하는 요소다.

 

프로파일러가 주인공이다 보니 작가는 범인의 심리를 직접 묘사하기보다 브롤린을 통해 드러낸다. CSI나 제프리 디버라면 열심히 범인이 남긴 단서나 흔적을 뒤쫓고 분석하겠지만 브롤린은 범인의 심리와 동기에 더 초점을 맞춘다. 주인공의 직업에 따라 전개나 진행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현장과 증거물만으로 범인상을 추론하는 그들을 보면 얼마나 많은 자료들이나 연구가 있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백정은 브롤린에 의해 일 년 전에 사살되었다. 새로운 유사범죄가 나오면 대부분 모방범죄이거나 이전부터 교류가 있던 다른 살인자의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서를 찾아낸 경찰의 DNA 분석 결과는 죽은 인간백정 릴랜드라고 한다. 여기에 작가는 교묘하게 흑마술을 삽입하여 시체부활 등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지만 동시에 단서도 같이 제공한다. 아마 조금만 눈치가 있다면 그 이유를 알 것이다. 많이 다루어진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로파일링한 결과에 의하면 이번 사건은 단독범행이 아닌 지시자와 실행자가 별도로 둘 있는 경우다. 여기서 누가 살인을 직접 하는 실행자고, 누가 지시를 내리는 자일까? 생각에 빠져든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작가에 의해 약간 혼란을 가져온 부분이다.

 

두 권이지만 역시 빠르게 재미있게 읽었다. 예상했던 재미를 주었고, 다음에 나올 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 놓았다. 영어권 스릴러 형식으로 전개되어 할리우드적인 결말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비정한 작가는 살인 현장이나 해부 장면에서뿐만 아니라 마무리에서도 냉정한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에필로그에서 악의 영혼을 불러오는 불길을 묘사한 것은 다음 등장을 암시하는 것일까? 한 사건은 끝났지만 다시 다른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니 형사들은 쉴 틈이 없지 않을까 한다. 덕분에 우린 재미있는 소설을 읽게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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