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이화 지음 / 열림원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 중 하나다. 한때는 고대사에 관심이 많았고, 한때는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았다면 이제는 역사의 쟁점 사항들이 관심의 대상이다. 한 시대를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사건들이 그 시대의 역학관계와 맞물려 어떻게 변하였는지 사학자들이 풀어놓은 해석을 좋아하는 것이다. 가끔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풀어낸 책들도 즐긴다.

 

‘역사’는 그런 의미와는 다른 책이다. 고대부터 현대의 6.29선언까지의 한국사를 다루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사를 이렇게 읽어본 것은 처음이 아닌가 한다. 몇몇 곳에서 나의 지식이나 시각과 다른 곳도 많지만 많은 부분에서 이전 지식을 새롭게 만들거나 덧붙여 나갈 수 있는 기회였다. 개인적인 불만이 있는 곳은 역시 고대사에 대한 해석부분이다. 청동기 시대나 고조선에 대한 해석부분이 너무 보수적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론 민족주의적 시각에 너무 빠져들어 사실을 무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저자가 서기전 4세기에 조선이 연나라와 구리로 만든 무기를 들고 싸웠다는 대목과 뒤에 나오는 압록강 일대가 서기전 4-5세기 무렵 조선의 영향을 받아 철기문화를 이루었다는 부분은 서로 배치되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다른 곳에서도 이런 점이 보이는데 오타인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다 가끔 놀라게 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 하나가 학창시절 배운 ‘묘청의 난’에 대한 설명이다. 신채호의 말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힘을 고려하지 않은 모험주의란 문장에선 너무 심한 해석이 아닌가 한다. 이 일이 모험주의라면 이전이나 이후에 일어난 민란이나 혁명적 시도 모두가 모험주의라는 확대도 가능하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민란이나 동학혁명 등도 힘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민중 혁명과 차별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사학자가 쉽게 쓸 표현은 아니지 않을까 한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이씨조선이라는 표현이다. 한때 일제가 만들어낸 단어라고 하여 상당히 문제가 많았던 명칭이다. 이씨왕조조선이라는 표현의 약자인데 어떤 의도로 이런 단어를 사용하였는지 모르겠다. 단군 조선과 구별하기위해 사용한다고 하지만 이미 고조선이라는 명칭도 있고, 일제가 조선왕조를 비하하기 위해 만든 단어를 계속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민비에 대한 호칭도 죽은 후 명성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면 그녀의 호불호나 잘못이 있다 하여도 명성황후로 대접하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요즘 너무 그녀를 부각하는 작업이 많아 역사의 왜곡까지 일어나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호칭은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개인적 사관과 맞지 않은 점을 지적하였는데 전체적으로 유익한 독서였다. 한국사 전체를 다시 읽는다는 점과 몇 가지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배웠고 한국사에 대한 나름대로의 사관을 좀더 다듬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한때 지나친 민족주의에 빠져보기도 하였고, 현대사의 극단을 맛보기도 하였다. 지금도 물론 나의 사관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친일세력이나 외국의 역사왜곡에 비해 정확하고, 정확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부분들을 만나 새로운 사실이나 기억을 새롭게 하게 되면 괜히 즐겁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시대나 해석에서 이런 부분들을 몇 군데 발견하는데 이 부분들은 글들도 힘차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이 책을 추천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 다. 나와 사관을 달리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지만 서술 비중이 자주․개혁에 있고, 생활사․풍속사도 잘 살려져있기 때문이다. 전체를 다 읽기 부담되는 사람이라면 조선 후기부터 현대사까지 만이라도 읽기를 권한다. 과거에서 이어져 현재의 우리 삶의 구조와 형태가 어떻게 이루지게 되었는지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곁에 두고 가끔 역사적 논쟁이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해당 페이지를 펼쳐 기억을 새롭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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