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없는 사진가
이용순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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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 시카고의 콜롬비아 칼리지와 뉴욕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정통 포토그래퍼이다.

개인전도 적지 않은 횟수로 연 적이 있는 중견 작가다.

그는 개인적으로 알던 이의 부탁을 받고 심부름을 해주었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2년여의 수감생활을 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없다.

이 책은 그 수감생활 동안 느끼고 경험한 것을 카메라 대신 기록한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할 때 눈길을 끈 부분도 영상을 문자로 풀어냈다는 글이었다.

감옥에서 수감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려주는 글들을 가끔 읽었지만 이 책은 또 다른 느낌이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 대부분은 정치범들이었다.


교도 행정 시설이나 수감 생활에 대해서 문외한이다.

가끔 방송 등을 통해 그 공간을 살짝 엿볼 뿐이다.

미국의 경우는 아주 자극적으로 표현되고, 한국은 감성적으로 다루어진 적이 많다.

이런 기억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저자가 수감된 시절과 지금은 또 다를 것이다.

분명한 수감 기간을 보지 못했는데 그가 본 방송이나 기록 등을 통해 유추는 가능하다.

그리고 이 기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수감생활을 했던 교도소들이다.

성동구치소와 천안교도소는 글을 통해 보면 다른 분위기다.

구치소와 교도소의 차이 이상인 것 같은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잘 몰랐던 사실 하나가 있다.

교도소 등에 나오는 TV 방송들이 우리가 보는 방송과 다르다는 것이다.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영상이 아닌 가위질 된 영상을 교도소 등으로 송출한다.

최근에 바뀌었다고 하는데 어떤 식인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흔한 감옥 안에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윷을 쌀밥으로 만든다고 할 때 그 놀라운 아이디어에 놀라고, 강도가 궁금해졌다.

하루 노역을 가서 받는 돈이 너무나도 적어 황제 노역의 일당이 동시에 떠올랐다.

자본주의는 감옥 안에서조차 부자와 빈자를 나눈다.


저자가 감옥 안에서 만나 사람들의 정확한 실명은 나오지 않는다.

어떤 인물에 대해 궁금하면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경우도 보인다. 찾고 싶지는 않았다.

징벌동 단골 이야기는 쉽게 납득할 수 없지만 현실은 어디나 다양하게 작용한다.

이제는 추억의 단어가 되어버린 펜팔, 높은 가격의 담배, 특별한 라면 등

‘담장 안의 지식’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별거 아닌 것이지만 목소리 높이면 이기는 줄 아는 사람들(나도 포함)이 기억났다.

닫히고 갇힌 공간 속에서 그들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생각하고 움직인다.

항상 켜져 있는 형광등에 퇴화하는 눈, 그 눈을 개선하는 약을 파는 교도소.

저자의 묵직한 문장은 이 사실들을, 감정들을 조금씩 풀어낸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범죄 이력, 각각 다른 수감 기간.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고, 어떤 이의 면회는 거절하기도 한다.

밖에서는 먹지도 않을 음식이 특식으로 나오면 그들은 좋아한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그의 글솜씨는 글짓기 대회 수상으로 나타난다.

이때 받은 상품은 누구나 탐내는 물건이다. 저자는 특별히 탐내지 않는다.

그가 구치소와 교도소에 머문 동안 쓴 글은 이것보다 많을 것이다.

그 속에는 자신의 실수에 대한 단상, 원망, 아쉬움, 두려움 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내가 더 궁금한 것은 이런 심리가 시간의 흐름 속에 어떻게 변하는지 보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가의 관찰로 잠깐 들여다본 감옥의 일상과 풍경도 흥미로운 대목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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