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잘 짜진 심리스릴러다.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진행하는 방법과 풀어가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고,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든다. 뒤로 가면서 예상한 것이 일부 맞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한 인간의 삶과 욕망이 빚어낸 아픔이 조용히 가슴 속에 파고든다. 거짓과 진실 게임이라는 광고문구가 정말 딱! 맞는 소설이다. 하지만 알프레드 히치콕을 능가하는 극적 반전의 연속이라는 광고 문구가 나오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딸이 어느 날 사라진다. 함께 병원에 도착한 유명한 정신과 의사는 실신을 한다. 몇 년을 찾아다니지만 딸은 어디에도 없다. 분테라는 잡지에 글을 보내기 위해 조그마한 섬 파르쿰에 오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을 쓰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생활 속에 한 여자가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슈피겔이다. 그녀는 아동소설가였고 몇 년을 정신병원에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신분열증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딸을 잃고 남을 치료하는데 관심을 잃은 그에게 그녀는 딸을 암시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혼란으로 몰아간다.

 

사랑하는 딸이 어느 날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그의 생활은 완전히 깨어진 상태다. 딸아이의 생사와 행방에 모든 삶의 관심이 집중되어있다. 이때 나타난 안나는 그 비밀을 풀어가는 유일한 단서를 보여준다. 그녀가 조금씩 보여주는 단서와 그녀에 대한 비밀을 자신의 사립탐정과 연락하면서 하나씩 알게 되지만 그 결말을 알기까지 수많은 일들이 펼쳐진다. 이미 죽은 존재인 안나와 섬마을 사람들의 이상한 안나에 대한 경고가 과거 속에서 단서를 찾아가는 중에 그를 혼란과 어지러움 속으로 몰아간다. 그녀의 정체는 뭐고, 왜 그녀는 그를 만나러 온 것일까?

 

진실이 밝혀지기 5일전부터 시작하여 진실이 밝혀지고, 다시 반전이 있는 이 소설에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은 마지막 부분이다. 황량한 조그만 섬에서 신경쇠약에 걸린 듯한 정신과 의사나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주장하는 여작가의 이야기가 아닌 진실이 밝혀지는 그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에 잠기는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긴 하지만 그곳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반전을 위한 준비된 장면이기에 더 감탄하는 것이다. 굉장히 예리한 독자라면 작가의 의도적인 단어 선택에서 이미 단서를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집중력 있는 문장과 구성으로 속도가 붙어가는 독자에겐 아마 그것을 알아채기 어렵지 않았을까 한다.

 

한때 독일 등의 스릴러에 만족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그 만족도가 갈수록 높아진다. 이 작가가 긴박감을 무너트리는 것은 과감하게 삭제했다는 인터뷰 내용은 구성과 문장의 구조가 영상이미지처럼 바뀌어가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중에 몇 번이고 영화의 장면을 생각하였는지 모른다.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고 마지막 순간 독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장면은 어떻게 연출해야 될까 하면서 말이다. 이런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준다. 하지만 가끔은 소설만의 문장과 구조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서도 한 가지 변함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 작가 주목하여야 하고 앞으로도 기대해야 할 작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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