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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피플 ㅣ 상상초과
김구일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5월
평점 :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다.
안전가옥 앤솔로지 <빌런> 중 ‘송곳니’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기록을 보면 이 앤솔로지 중에서 가장 흥미 있게 읽었었다.
작가의 이력과 장르와 출판사 브랜드가 이 책을 선택하게 했다.
특히 초능력이란 단어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그리고 이 초능력이 한 박사의 유전자 조작의 결과라고 할 때 눈이 더 반짝인다.
이런 기대를 가지고 읽는데 단편과 다른 구성과 설정이라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좀더 많은 이야기를 넣을 수 있는데 많은 가지를 쳐낸 느낌이다.
이 소설의 도입부는 아주 현실적이다.
제로가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 음료수를 받아 마시고, 카페 남자 화장실에서 대충 씻는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보는 부주의한 손님의 테이블 위 노트북을 들고 나온다.
이때 그를 본 한 손님이 말한다. 자리를 치우고 가라고.
이 신형 노트북을 가지고 고물상 하는 김 사장을 찾아간다. 장물이라 겨우 30만 원을 받는다.
김 사장은 이런 도둑질 말고 자신과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제로는 마더를 기다리고, 돌봐야 할 친구 원, 투가 있다.
이 아이들은 버려진 마을의 폐가에 모여 조용히 살아간다.
몇 년 전 무더위 속에 이 소년들이 집밖으로 나가 은행에 간 적이 있다.
시원한 바람, 시원한 정수기 물, 구걸로 얻은 돈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그들을 협박하고 때리고 가두는 어른들이 있다.
겨우 십 대 초반인 이들은 그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갇혀 있었다.
제로의 관찰력으로 탈출하는데 들킨다. 이때 그들을 숨겨준 인물이 바로 김 사장이다.
이 세 소년의 정체는 마더는 오지 않고, 투의 병세가 심해지면서 밝혀진다.
투는 당뇨병을 앓고 있고, 지속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제로가 택시를 잡아타고, 마더가 근무하는 강원도 세온 병원으로 간다.
그리고 이 세 소년이 유전자 조작과 그 부작용의 결과물이란 사실이 알려진다.
물론 이것은 마더 자영과 그녀를 통해 이 아이들을 찾으려는 윤철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열다섯 소년들이 가진 초능력은 특별하지만 세상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
제로는 외견상 별다른 문제가 없고, 탁월한 두뇌와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있다.
원은 괴력을 발휘하지만 햇볕을 쬐면 몸에 이상이 생기는 모양이다.
투는 아주 뛰어난 청각을 가지고 있어 멀리서 나누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지만 당뇨병 환자다.
이 능력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한다면 무적이겠지만 이들은 아직 그 활용에 서투르다.
그리고 윤철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이 능력은 한정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윤철이 권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행동에 제약에 걸린다.
작가는 한정된 공간과 사람들을 그렇게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 넣었다.
재밌는 것은 박성호 박사의 연구에 반대 데모를 하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다.
이들이 제로 등의 존재를 알고 접근해서 아이들을 자기 종교의 희생자로 만들려고 한다.
외롭고 힘들게 산 아이들에게 그들이 보여준 따뜻한 행동은 원과 투를 사로잡는다.
물론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제로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윤철 일행이 나타나고, 이들은 같이 마주하고 싸우고 도망친다.
이때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바로 김 사장과 명주의 딸 소이다.
이 이전에 명주와 제로의 에피소드가 몇 번 등장해 이 상황을 설명한다.
상당히 좋은 가독성으로 빠르게 끝까지 달려가게 한다.
예상을 뛰어넘은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나온다.
윤리와 양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이익이 우선인 사람도 있다.
몰랐던 자식이 나타났지만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도 눈길이 간다.
누구는 자신이 만든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 마음의 짐을 덜어낸다.
반전을 설계하지만 그 반전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야기가 생략된 부분의 아쉬움을 이런 상황들이 채워준다.
빠른 진행과 인간의 욕망을 솔직하게 그려낸 부분은 아주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