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 흔들리고 지친 이들에게 산티아고가 보내는 응원
손미나 지음 / 코알라컴퍼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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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손미나의 여행 에세이를 읽었다.

출간 목록을 찾아보니 <스페인 너는 자유다>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다른 책들의 표지가 낯익고 몇 권을 사 놓은 것 같은데 읽은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우선 순위가 계속 밀려 읽지 못한 모양이다.

이 책도 한때 나의 산티아고 순레길 열정이 없었다면 밀렸을 것이다.

팬데믹 이전, 작가처럼 프랑스길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상상을 했다.

한때 산티아고 순례길 예세이나 팟캐스트를 아주 열심히 읽고 들었다.

이 책에서 그 이전의 흔적을 살짝 바랐고, 그 열정을 다시 깨우고 싶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그때의 열정은 많아 수그러들었고, 불완전한 기억으로 계속 비교하면서 읽었다.


홀로 간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니다.

일본인 사진작가 레이나, 청년 영상감독 이지환 군이 함께 한 일정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했다고 그녀가 걸은 800킬로미터를 대신 걸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동행자들이 그녀의 순례길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작가와 자연풍경을 멋지게 찍은 사진작가가 레이나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함께 한 일행과 그 길을 어떻게 느끼고, 즐기고, 힘들어 했는지가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에세이 속에서 생략된 그들의 감상은 어쩌면 또 다른 시각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은 어느 순간 글보다 더 강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는 모두 제각각이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중요한 책도 있고, 순례길 정보에 집중한 책도 있다.

이 책에도 나온 배낭의 무게 부분은 많은 배낭 여행자들이 하는 말이다.

버리고 가도 될 텐데, 가지고 가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고 그들은 말한다.

우리가 잠깐 배낭을 들고 다닐 때 결코 느낄 수 없는 일이 이 순례길에서는 생긴다.

여행이 길어지면 점점 더 많은 것을 내려놓고 걷게 된다고 한다.

좀 걸어본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다.

500미리 물 병 하나가 나중에 얼마나 무겁게 다가오는 지 알게 되는 그 순간도 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이 책에서는 자세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아주 힘든 길임에는 분명하다.

800킬로미터면 서울 부산 왕복 거리다. 40일 동안 걸어서 완주해야 한다.

다른 책에 의하면 이 길을 한 번에 걷지 않고 나눠 걷거나 필요에 의해 버스를 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평지만 걸어도 쉽지 않은데 그 길이 경사가 심하고, 비와 땡볕 속에서 걸어야 한다면 어떨까?

아름다운 풍경도 육체의 피곤 앞에서는 가끔 그냥 풍경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반대로 그 풍경이 잠시 그 육체의 고통을 지워주는 순간도 있다.

이런 순간을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사진 한 장이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어떤 풍경은 한국에서도 본 것 같다고 느껴진다. 착각일까?


이 힘든 길을 걸으면서 작가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가끔 자기계발서 같은 결론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나의 취향과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던지는 질문과 나름의 대답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많지는 않지만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소개도 좋았다.

특히 열 살 아들과 함께 마지막 코스를 걷는 엄마 이야기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감히 나라면 시도조차 못할 일이다. 그 짜증을 어떻게 온전히 다 받아낼 것인가.

하지만 이런 생각이 나와 아이의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막고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이 책은 적당하지 않다.

그러나 자기계발이나 그 길에 대한 간단한 감상 등을 원한다면 나쁘지 않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힘든 여정은 삶의 과정 중 한 부분이다.

한국 도착 후 부은 다리 이야기는 아주 현실적이고, 어중간한 거리는 걷는다는 부분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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