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의 무지개
양선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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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운 소설이다.

일반적인 서사가 있는 소설을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다.

부분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 파악이 힘들다.

더 섬세하게, 더 진중하게 읽으면 이해가 좀더 쉬웠을까? 모르겠다,

작가는 “허구에 대한 가짜 허구를 쓰고 싶었다.” 라고 말한다.

이것은 “소설에 대한 소설, 소설을 위한 소설, 소설을 향한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다는 말과 이어진다.

솔직히 이 문장을 보고 막연하게 공감했다.

아마도 소설 속에 소설이란 단어가 나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4편이 실려 있는데 어느 한 편 쉽게 읽히는 소설이 없다.

첫 단편 <가면의 공방>부터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하는지.

서사가 없는 듯 있는데 주인공의 서사는 또 아니다.

현실에 뿌리를 둔 이야기가 아니고 환상 문학이 갑자기 끼어든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환상 문학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도, 구성되어 있지도 않다.

<거위와 인육>으로 넘어가면 천사와 악마가 뒤섞인다.

푸아그라와 거위 농장과 해방, 다시 억압의 순간으로 넘어가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천사를 소인배 천사라고 부르는 것이나 허풍쟁이 악마란 호칭은 또 무엇인가?


표제작 <클로이의 무지개>는 이야기의 교차와 중첩이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자이로스코프호의 쌍둥이 선원과 미스터리 스마일과 앵무새 클로이.

자이로스코프의 분실과 미스터리 스마일의 실종, 클로이의 혼란스러운 비행.

클로이의 깃털과 쌍둥이 선원의 파손된 후의 배와 만나는 순간.

미스터리 스마일과 거인의 만남, 거인의 눈 속에 있던 자이로스코프.

읽다 보면 시간의 순서가 뒤섞인 듯하고 공간도 비현실적이다.

여기에 자이로스코프호의 침몰과 그 배에 실린 황금 등의 유물 탐사가 끼어든다.

뜬금없이 나오는 오무아무아는 또 무슨 의미일까?


<프록코트 혹은 꼭두각시 악몽>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가 등장한다.

거울 보면 얼굴을 알 수 있지 않느냐? 는 물음이 이 소설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프루프록 씨의 저택 묘사는 읽으면서 쉽게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다. 상상력의 빈곤이다.

나의 머리를 더 복잡하게 한 것은 ‘아를르캥의 유서’다.

독특하게 문장을 표현한 것과 원숭이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그’가 나가는 마켓은 무엇이고, 그가 찾는 자신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무겁고 어려운 듯한 전체 이야기 속에서 가볍고 재밌는 순간들도 나온다.

그런데 이해는 어렵다. “인간의 편이 아닌 소설의 편에 선 작가”란 서평가 금정연의 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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