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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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롤 오츠의 중편 소설 4편의 모음집이다.

책 마지막 장에 이 중편들이 어디에 연재되었는지, 어떤 상을 받았는지 나온다.

이 중편 소설들 몇 편이 2019년 <엘러리 퀸> 잡지에 연재되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언제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라가 있는데 과연 수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녀가 38년 생임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

가끔 나의 취향과 맞지 않는 소설도 있지만 예상 외로 두툼한 소설들은 취향과 맞았다.

그 때문에 계속해서 이 작가의 소설을 찾고, 사고, 읽게 된다.


표제작 <카디프, 바이 더 시>는 조금 혼란스럽게 읽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의심과 의혹과 혼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젊은 미술사학자 클레어는 유산 상속 전화를 받는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생물학적 부모가 누군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의 재산 일부를 상속받게 된 것이다.

카디프가 어딘지도 몰랐던 그녀는 상속받기 위해 그 도시로 간다.

이모 할머니들의 환대, 이상하게 졸리는 몸,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실신.

그리고 알게 되는 그녀 부모님의 사건, 생존자인 그녀와 그녀를 구한 두 이모 할머니.

가족의 비극, 입양된 이유, 잠재되어 있던 트라우마 등이 하나씩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에서 그녀가 느끼는 엇갈린 감정과 확신이 강하게 여운을 남긴다.


<먀오 다오>를 읽으면서 어떤 대목에서인가 스티븐 킹의 <캐리>가 떠올랐다.

미아의 성숙한 몸을 조롱하는 학교 선배의 행동이 과거 기억을 불러온 모양이다.

악질적인 소년들의 행동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는 선생들은 그렇게 낯설지 않다.

부모는 이혼하고, 아버지는 자식들을 떠났다.

엄마는 혼란을 느끼고, 이 일부를 딸 미아에게 떠넘긴다.

자신의 성숙을 함께 논의해야 하는 엄마가 이혼으로 자신만의 슬픔에 빠져 있다.

이런 현실에 변화가 온 것은 엄마가 새로운 남편을 만나면서부터다.

그런데 이 새아버지가 미아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성적으로 공격한다.

이때 그녀의 마음에 위로를 던져 준 것은 흰 들고양이 먀오 다오다.

그녀를 성 희롱했던 선배가 무언가에 공격받아 죽은 채 발견된다. 누구, 혹은 무엇이 죽였을까?

마지막 장면은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서늘함과 비밀이 드러난다.


<환영처럼 : 1972>도 마지막 장을 읽고 난 후 서늘함을 느꼈다.

엘리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철학 강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이 교수가 앨리스를 대하는 방식은 이기적이고 강압적이다.

이 소설에서 연도가 표시된 것은 그 시대의 분위기를 더 잘 보여준다.

앨리스는 불안과 공포, 두려움으로 가득한 하루를 매일 보낸다.

이때 늙은 시인이자 교수가 그녀를 친절하게 대한다.

이 늙은 교수의 속내는 불안과 공포 속에 있는 앨리스와 이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도 두렵고, 낙태는 불법이고 비용도 마련하기 힘들다.

이런 그녀에게 시인의 손길은 작은 위로와 희망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런 그녀에게 다시 찾아온 철학 강사와의 만남과 우발적인 폭력.

진실은 가려진 채 사실은 밝혀진 마지막 장은 그 잔혹한 현실에 가슴이 아린다.


<살아남은 아이>도 서늘함으로 가득하다.

엄마가 여동생과 자살했고, 아이는 운좋게 살아남았다.

엄마는 유명한 패미니즘 시인이고, 아버지는 유력한 재력가다.

패미니즘 이론 일부가 소설 속에 녹아 있는데 생각해볼 문제다.

엘리자베스는 이런 가정에 새엄마로 들어온다. 그녀는 20대 후반이다.

재력가 남편 알렉산더는 동년배의 여성에게는 관심이 없다.

선조가 남긴 재산으로 유력가 행세를 하면서 살아간다.

가끔 살아남은 아이 스테판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어디에 숨은 것일까?

이 유명한 고택을 감도는 이상한 분위기가 책 후반을 뒤덮는다.

스테판에 대한 연민과 관심은 자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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