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읽는 동안 삶과 생존의 무거움이 나를 계속 짓눌렀다.

간병과 돌봄, 연금의 부정 수급 등이 엮이면서 불행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를 보여준다.

50대 여성 명주와 20대 청년 준성을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누가 더 불행한지 시합을 하는 것 같은 상황이 그들에게 펼쳐진다.

잠깐의 행복은 더 큰 불행의 파도 앞에 너무나도 무력하게 사라진다.

비윤리적이지만 그들이 선택한 삶은 그 과정 속에서 봐야 한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길을 가야만 한 그들의 모습은 마음으로 이해한다.


명주는 술 먹고 들어온 늦은 밤 엄마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잠든 그녀를 깨운 것은 소독하려는 여자의 초인종 소리다.

오래된 13평 임대 아파트. 코로나 시국. 문을 열고 소독을 한다.

그런데 불안하다. 엄마가 죽은 후 신고하지 않고 집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엄마의 죽음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엄마가 받는 100만 정도의 연금 때문이다.

화상을 입었지만 정확한 병명이 없어 기초 생활수급자도 되지 못한다.

서서 일하는 것은 무리고, 앉아 하는 일은 50대 여성을 찾지 않는다.

불법인지 알지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속이면서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 연금을 받는다.


매일 아버지의 산책을 도와주는 준성. 이웃과 밝게 인사도 잘 한다.

근육이 무너져 걷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일 밝게 웃으며 작은 공원을 아버지와 함께 걷는다.

그의 아버지가 받는 연금 60만 원 정도는 임대 아파트 월세와 관리비 등으로 빠르게 사라진다.

낮에 아버지를 돌보고 밤에 할 수 있는 일로 대리 기사를 선택한다.

군에서 운전병을 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 대리 기사 일이 쉽지 않다. 술 먹은 손님들의 작태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로 하루에 5만 원 이상 벌어야 생활비와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다.


불행은 하나만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선의를 가지고 다가간 명주에게 딸은 온갖 불행의 씨앗이다.

이혼 후 은진의 행동이나, 다시 만난 후 보여주는 은진의 모습은 최악이다.

엄마라는 이름 때문에, 자신이 낳은 아이란 이유로 명주는 황당한 요구를 따른다.

여기에 죽은 엄마를 찾아오는 노인의 존재는 또 다른 부담이다.

함께 제주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노인. 자신이 전혀 몰랐던 엄마의 과거.

혹시 이 노인에게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이 들킬까 두렵다.

그리고 갑자기 걸려 온 전화 한 통. 엄마의 죽음을 아는 듯한 말투


힘들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아버지를 움직이게 하려는 효자 준성.

술로 인한 병이라 술 근처도 못 가게 했지만 몰래 술을 마시는 아버지.

물리 치료사가 되고, 아버지가 조금 괜찮아진 미래를 꿈꾸는 청년.

낮에는 아버지를 돌보고, 밤에는 대리 기사를 하면서 돈을 버는 준성.

작은 상처를 무심하게 넘겼다가 큰 일을 치러는 대리 기사 준성.

자신이 낸 보험료를 부당하게 횡령한 대리 기사 업체.

산다는 것에 큰 절망을 느끼고 웃음을 잃은 밝았던 준성.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에 생긴 사고.

그리고 옆집 아줌마가 들려주는 작은 희망의 가능성. 무섭고 무겁다.


이런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냥 무심하게 쳐다본 사람들의 일상 속에 담긴 어두운 비밀 하나를 살짝 엿본 느낌이다.

이들이 저지른 비윤리적인 행위들은 살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했다.

사회 안전망이 조금만 도와주었다면 이런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불안, 고통, 공포의 감정들이 그들의 영혼을 조금씩 잠식한다.

하지만 최악의 순간에 작은 연대의 손길이 그들을 일으켜 세운다.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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