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1 사일로 연대기
휴 하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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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로 연대기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다.

애플 TV+로 이 시리즈가 제작되면서 이번에 기존 <울>과 함께 나머지 두 편도 같이 출간되었다.

프리퀄인 <시프트>와 후속작인 <더스트> 등이다.

처음 <울>이 나왔을 때 크게 관심이 없었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에 시리즈로 나오면서 운 좋게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 소설에 대한 몇 가지 평을 보았는데 1부와 2부의 평이 대단히 좋아 기대되었다.

하지만 그 평과 달리 나의 취향은 뒤로 넘어가고, 세계가 확장되면서 더 맞아 떨어졌다.

특히 줄리엣의 생존과 사일로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날 때 더욱 재미있었다.


자비 출간의 성공작 중 한 편이다.

1부를 아마존 킨들 전자책으로 출간했는데 후속작 요청이 있어 계속 썼다.

단편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1부이지만 작가가 창조하는 세계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일로 안에는 시장과 보안관 있고, 공간은 지하로만 확장된다.

지하 140 층이 넘는 아주 깊은 곳으로 인류의 영역은 깊어진다.

작가는 여기서 왜 밑으로만 확장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마지막 5부에서 알려준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 세계관의 중요한 설정 중 하나이고, 다른 이야기와 이어진다.

초기 단편에 잠깐 나온 이야기를 시리즈 확장과 연결시킨 부분은 이야기의 유기성을 더 높인다.


사일로 속에서 사람들은 석유로 발전을 하고, 땅속으로 파고들어 필요한 재료를 수급한다.

땅 속에서 수경재배로 채소와 과일을 키우고, 죽은 인간은 비료로 활용된다.

시장은 선출직이고, 가장 핵심적인 부서는 IT부서다.

보안관 홀스턴은 아주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3년 전 아내가 청소형으로 죽었다.

아내가 청소형을 받기 전 남긴 자료를 쫓으면서 그 또한 청소형에 처해진다.

1부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나의 머릿속에 만들어진 이미지는 줄리엣의 청소형으로 바뀐다.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생략된, 혹은 의도된 세상의 이미지가 조금씩 바뀐다.

그리고 이 좁고 깊은 세계 속 인류가 얼마나 되는지 머릿속에서 셈을 해본다. 쉽지 않다.


사일로의 이미지를 간단하게 하면 고층 빌딩을 지하로 뒤집어 넣은 것과 닮았다.

그런데 이 고층은 엘리베이터가 없다. 걸어서 아래 위를 움직여야 한다.

2부부터 서로 다른 층으로 걸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준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다리가 단련되지 않았다면 더욱더.

줄리엣을 만나 보안관 직책을 맡게 하려는 시장과 부보안관의 심층 이동이 2부의 주 내용이다.

늙은 두 사람에게 이 여행은 결코 쉽지 않고,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흐른다.

이 긴장감을 작가는 늙은 시장의 힘든 심층으로의 여행인 것처럼 포장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긴장감이 사실이라는 장면을 보여주며 끝낸다.


이 소설에서 IT부는 과거의 기록을 보관하는 곳이다.

과거 사일로의 폭동에 대한 기록도 여기에 있다. 이 폭동은 반복적이었다.

사람들은 이 폭동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각 부서 간의 교류는 제한되어 있다.

갇힌 공간 속 닫힌 교류와 알력은 시장과 보안관의 힘으로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실제 권력은 어두운 곳에서 IT부가 휘두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정보인 사일로의 비밀을 가진 곳이 IT부다. 당연히 한두 사람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비밀이 흘러나오는 것은 IT부의 욕심과 청소형을 받은 사람의 예상하지 못한 행동 때문이다.

오염된 지상으로 나가 바깥 세상을 비추는 렌즈를 울로 닦는 형벌이 청소형이다.

일종의 사형제도인데 짧은 시간 안에 두 명의 보안관이 이 청소형을 선고받았다.


사일로에 갇힌 인류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비장하고 아름답다.

각자의 역할에 따라 구역이 나누어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어우러져 살아간다.

문제는 각자가 가진 사명감이 다르고, 숨겨진 의도가 끼어들어 이 삶을 비튼다는 것이다.

이 비밀이 드러날 때 사람들은 폭도로 변한다. 반복된 역사다.

그리고 하나의 사일로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면서 영속성을 가진다.

그런데 왜 사일로란 이름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책 속에 나온다.

프리퀄과 후속편이 궁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편에서 발전한 소설임을 생각하면 드라마가 어떻게 구성되었을 지 궁금하다.

오랜만에 디스토피아를 묵직하게 다룬 재밌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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