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은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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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단편 두 편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이 두 편은 작가가 집필 중인 부모 연장 시리즈의 첫번째, 두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SF소설의 외피를 가지고 있는데 솔직히 SF소설의 재미는 약하다.

기존 SF소설의 설정을 더 발전시킨 부분은 있지만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설정의 발전은 우리의 상상력을 더욱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표제작인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이다.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는 정말 로봇이 임산부가 된다.

임산부 로봇 한 대에 한 명의 태아가 들어 있다.

이 임산부 로봇이 엄마처럼 태교도 하고, 개월 수가 차면 아이를 낳는다.

사람들이 이제 예전처럼 임신해서 힘들게 낳은 일은 사라졌다.

인간은 난자와 정자만 제공하고, 태어난 아기를 키울 뿐이다.

임신 중 태아가 기형아로 판별되면 낙태까지 시킨다.

임산부 로봇을 지우고 현실에 대비하면 냉혹한 현실의 대리모와 닮아 있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임산부 로봇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캡슐형 인공자궁 방식으로 아이를 낳으면 사회성 발달장애로 직결되는 문제 때문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임산부 로봇의 이름은 헐스로 불린다.

약간 구형 로봇이지만 자신이 품고 있는 태아를 엄마처럼 잘 돌본다.

이 로봇이 품고 있는 태아의 검사 결과 장애가 감지된다.

이 태아의 부모는 유산을 바란다. 하지만 헐스는 이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고물상이란 존재가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갑자기 도약한다.

나의 이해력 부족 탓인지, 충분한 설명이 없는 탓인지 조금 혼란스러운 전개와 마무리다.

후반부에 헐스의 인공지능이 느끼는 감정 표현은 아주 멋지다.


<소년과 소년>도 읽는데 조금 공을 들여야 한다.

문제아 아들 선호의 일탈과 이 아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의지가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선호는 아버지의 플라잉카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다. 그런데 다시 깨어난다.

선호의 아버지는 뇌수술 전문의다. 뒤틀린 부성애는 아이를 뇌수술로 되살린다.

하지만 선호는 반복된 실수를 하고, 죽음에 이른다.

아버지의 선택은 교육으로 아이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뇌수술로 살리는 것이다.

다시 깨어날 때마다 선호에게는 새로운 자아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의문이 생겼지만 마지막 장면은 그 실체가 분명해진다.

어떻게 보면 서늘한 공포소설 같지만 선호의 악행을 생각하면 해피엔딩이다.

다만 생략되고, 비약한 이야기들 때문에 약간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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