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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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에서 내는 새로운 작가 단편집 시리즈다. 웹진 LIM에 실린 이야기들이다.

2023 봄이 붙어 있는 데 계절별이 아니라 일 년에 두 권 내려고 하는 모양이다.

이 일곱 작가들은 모두 첫 작품 발표한 지 5년이 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할 때 낯익은 작가들이 아직 5년이 넘지 않았다니 조금 의외다.

천선란이 기획의 말을 썼는데 ‘LIM’이 숲(林)의 의미도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당연히 이 숲은 문학의 숲이고, 장르는 다른 단편집과 달리 아주 다양하다.

현재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 중 몇 편은 나의 취향과 맞지 않는데 더 두고 볼 예정이다.


서윤빈의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 근미래를 다룬다.

보험회사 직원인 화자는 교통사고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AI와 탑승자 등을 조사한다.

누구의 과실인지 알아야 보험처리가 가능하다. 자동차 회사나 승객이나 AI이거나.

인간의 감정과 AI의 학습 등이 엮이는 꼬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서혜듬의 <영의 존재>는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조금 먹먹했다.

절친한 친구였던 둘이 어느 순간 환경의 차이로 갈라지고 멀어진다.

한때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야 할 그 시절이 씁쓸하다.

공영이란 이름처럼 존재했지만 인식하지 못한 그녀의 삶 때문이다.


설재인의 <이십 프로>는 특목고를 배경으로 한다.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친구로 변신해 그 학생과 선생을 괴롭히는 ‘고인’

고인은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입학이 가능했지만 자살한 학생이다.

학교가 학생을 키우는 곳이 아닌 솎아내는 곳으로 바뀐 현실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육선민의 <돌아오지 않는다>는 인류가 지구를 떠나 화성에 터전을 꾸린 미래 이야기다.

지구에서 이주해 온 세대를 화장하면 구슬이 나온다. 가장 먼저 불교의 사리가 떠오른다.

엄마가 믿던 종교 청성교는 푸른 지구가 남아 있다고 믿는 사이비 종교다.

엄마가 예약한 청성교의 우주선으로 지구로 향해 가면서 마주한 현실은 어지럽다.

엄마의 기억이 담긴 구슬, 검은 지구, 나의 애도.


이혜오의 <하나 빼기>는 초등학교 한 학년의 기억을 다룬다.

절친했던 세 소녀가 하나의 덩어리였다가 녹아 갈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불합리한 현실에 저항하는 아이, 성폭행을 당하는 아이, 이들의 친구인 화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며 기록하는 이 작업은 작가의 탄생이자 기억의 재구성이다.

천선란의 <쿠쉬록>은 마인드 업로딩 시스템이 일상인 미래 이야기다.

주인공 엔릴은 이 시스템에서 자발적으로 증발한 사람을 찾아 떠난다.

이 여정은 단순히 증발한 사람 찾기가 아니라 자신을 마주하기 위한 여행이다.

쿠쉬록은 수메르어로 상자란 뜻이고, 이 상자에는 언니와 엔릴만의 언어가 담겨 있다.

단편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몇 번이나 더 읽어야 할까?


최의택의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은 ‘인어 공주’의 재해석이다.

원작의 동경과 사랑을 새롭게 풀어낸 부분은 재미있다.

지구가 70% 물로 덮여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물속 세계가 더 넓고 깊다.

하지만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과 가고 싶은 욕망은 이런 사실과 상관없다.

엇갈린 감정들과 상황들. 언제나 동화 등의 원작을 시대에 맞춰 해석하는 것은 즐겁다.

이렇게 일곱 단편은 나에게 다양한 느낌과 장르로 다가왔다.

언젠가 각 작가의 단편집에서 이 단편들을 다시 만날 날을 살짝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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