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여자아이 푸르른 숲 38
델핀 베르톨롱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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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청소년들이 직접 투표해 뽑는 ‘앵코륍티블상’ 수상.

토론을 통해 가려낸 ‘세잠상’ 수상.

이 두 상을 수상한 것이 책 선택의 이유다. 청소년 직접 투표와 토론으로 뽑았다는 점 말이다.

낯선 작가를 선택할 때 몇 가지 기준 중 하나가 이런 문학상 수상이다.

자주 읽지 않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왠지 으스스한 표지와 이런 수상 이력이 바로 끌어당겼다.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끌고 와 홍보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물론 이 부분은 ‘엘르’의 평에 나온 것이다.


일기 형식의 소설이다. 날짜, 요일, 날씨 등이 각 장에 표시되어 있다.

일기란 형식을 쓰게 된 이유가 앞부분에 나온다. 이모가 준 것도 있지만 이사 온 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나고 자란 말로가 아빠의 새 직장 때문에 낯선 시골 마을로 이사한다.

집도 시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 중간에 있다. 아직 아는 사람도, 방학이라 새로운 친구도 없다.

집주변을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면서 소소한 탐험을 한다. 그러다 이상한 폐가를 발견한다.

왠지 어스스하다.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다. 오랫동안 방치된 곳이다.

이런 일상에 예쁜 우편 배달부 릴리가 찾아오면서 말로는 살짝 흥분한다.


평범한 듯한 일상에 반복되는 균열을 만드는 것은 여섯 살 여동생 잔이다.

새벽 3시만 되면 비명을 지르면서 잠에서 깬다.

잔에게는 비밀 친구가 있다. 바로 폴린이다. 수상한 분위기를 풍긴다.

잔은 말로에게 폴린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말을 한다고 한다.

말로는 폴린에 대해 부모에게 말하지만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부모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지점이다.

말로는 잔과 대화를 하고, 폴린에 대한 단서를 하나씩 모은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폴린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때 릴리에게서 이 폴린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된다.


산 속에서 특별히 할 것도 없고, 동생도 걱정된다.

폴린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 릴리의 아버지가 폴린 실종 당시 경찰이었다. 종은 정보원이다.

여기에 잔을 찾아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폴린이 있다.

이런 정보들을 가지고 폐가에 간다. 그리고 오래된 과자 박스를 찾아낸다.

그 속에는 1987년에 폴린의 독백이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 있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재미난 표현을 몇 가지 사용한다.

하나는 그 박스를 한정판이라고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카세트 테이프의 기능 부분이다.

나중에 이 박스를 판매할 때 가격을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현실적인 표현이다.

대부분의 요즘 아이들은 카세트 테이프가 뭔지도 모르고 재생할 장치도 없다.

이 부분은 말로의 아버지가 음악 선생님이란 설정이 빛을 발한다.


한적한 시골 마을, 정적인 생활, 이 일상을 비집고 들어온 폴린이란 유령.

교통사고로 죽은 엄마. 엄마의 불륜 사실. 재혼과 여동생 잔의 탄생.

작가는 잔을 이야기하면서 살짝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넣어 특별한 존재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폴린의 육성 테이프에 담긴 내용과 폴린의 가정사가 엮인다.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고, 소년 탐정을 등장시켜 과거의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단서가 널려 있지만 정확한 하나가 부족해 모두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다.

이 결정적인 하나를 찾아낸 인물이 바로 말로다.

사건의 진실은 진술서에 담겨 있다. 몰래 이것을 빼돌린 것은 릴리다.

폴린의 진실을 알게 될 때는 세월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 소설을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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