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의 그림자 1
매튜 펄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보면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작가들이 있다. 집중력이 떨어진다거나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괜히 트집을 잡게 된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이번에 두 번째로 만나는 매튜 펄의 ‘포의 그림자’도 왠지 모르게 쉽게 집중을 하지 못한다. 전작 ‘단테클럽’도 그다지 집중하지 못했고,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을 보면 나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 모양이다.

 

포의 죽기 전 며칠에 초점을 맞춘 소설이다. 하지만 포의 죽음에 대한 탐구보다 포가 창조한 뒤팽이라는 탐정에 더 의미를 두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클라크가 자신이 탐정으로써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포가 창조한 탁월한 능력을 지닌 탐정인 뒤팽의 실제 모델이 되는 사람을 찾아내고자 프랑스로 간다. 그곳에서 뒤팽으로 생각한 인물을 미국으로 데려와 포의 죽기 전 며칠을 파헤치려는 하는데 이 인물들을 둘러싼 음모가 포의 죽음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집에 구입 후 고이 모셔둔 포의 단편집이 몇 년째 처박혀 있다. 어린 시절 몇 편을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의 유명 소설들의 결말은 대충 알고 있다. 워낙 유명해서 너무 많은 소설이나 드라마 등에서 인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가 아마 읽지 않고도 읽었다고 착각하게 되는 모양이다. 각설하고, 포라는 인물이 현대 추리소설 등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추리소설의 효시로 보는 경우도 많고, 미국에선 거의 필독서로 지정된 모양이다. 이런 포가 그의 죽을 당시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천재들 중 많은 이들이 이런 대접을 받았음을 생각하면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시대를 뛰어넘는 독자다. 그에게 한마디로 뿍 빠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팽개치고 포의 죽음을 쫓는 것이다.

 

볼티모어와 파리를 오가며 뒤팽의 실제 모델을 찾아다닌다. 여기서 포에 대해 잘 모르는 나 같은 독자는 혼돈을 불러온다. 실제 모델로 나오는 뒤퐁트나 뒤팽 남작이 실존 인물인지 허구의 창조물인지 헛갈리는 것이다. 동시에 그 시대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와 실제 했던 과거 사이에서 방황을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분명 작가의 능력이 잘 발휘된 대목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부족하고, 포의 죽음에 대한 명확한 작가 나름대로의 해석이 가슴속이나 머릿속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포의 죽음과 뒤팽이라는 탐정을 놓고 시대 상황도 같이 맞물려 돌아가는데 그 짜임새나 전개가 힘 부족이다. 끝으로 가면서 긴장감도 속도감도 높아져야 하는데 매튜 펄의 소설에선 그런 점이 부족한 듯하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빨리 포의 소설을 읽어야겠다는 것이다. 포의 작품을 읽고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이 소설이 또 다른 재미를 주겠지만 나처럼 기억이 희미하거나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에겐 약간 흥미가 떨어진다. 무시무시한 살인이나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면 긴장감이나 재미가 높아지겠지만 작가가 풀어내는 것만으론 독자들을 사로잡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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