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당신을 위하여
김다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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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STORYUM×NOVEL 스토리움 소설 공모전 당선작이다.

책을 읽으면서 <데스노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평범한 대학생 다온에게 어느 날 전달된 [불행한 이들을 위하여]라는 책 때문이다.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죽는 것처럼 이 책에 자신이 바라는 바를 말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

물론 그 과정이나 각각의 사연들은 다르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서는 사연 등이 중요하다.

작가는 그 범위를 좁히고, 조금은 과격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온이 벌을 주는 것을 보면서 모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화한 이야기 때문이다.


[불행한 이들을 위하여]는 ‘붉은 책’이라고 부른다.

왜 이 책이 다온에게 왔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시리즈로 나오면 작가가 그 이유를 넣을까?

이 책을 받은 다온이 한 여성을 살해하는 장면을 책을 통해 본다.

이 살인 사건의 범인은 택배기사처럼 보이지만 정확한 정보는 없다.

책 속에서 그 남자를 따라가면서 차량 번호를 확인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경찰에 바로 말할 수 없다.

다온에게는 연우라는 배우 친구가 있다. 연우의 인스타그램(인별)를 이용하려고 한다.

이 사건을 연우의 인별에 올리고, 제보자의 글로 차량 정보를 제공한다.

사건은 해결되고, 다온은 범인에게 잔혹한 처벌을 내린다.


다음 사건은 학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다.

성희롱 고발자 애준을 오히려 공격하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나온다.

계단에서 밀어 부상을 입히는 일까지 한다. 하지만 해준은 입을 다물고 있다.

붉은 책을 통해 이것을 본 다온은 해준을 찾아간다. 이 사건을 다시 공론화하기 위해서다.

해준이 한 발 더 나가지 못한 것은 피해 여성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이런 종류의 사건에서 항상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긴다.

학교의 대처는 또 어떤가?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기 보다는 덥기에 급급하다.

다온은 해준을 통해 피해 여성들의 의견을 들은 후 역시 단호한 처벌을 한다.

통쾌한 부분이 있지만 좀더 깊이 있는 이야기로 나아갔으면 하면 아쉬움이 생긴다.


깊이에 대한 아쉬움은 읽는 내내 이어진다.

불행한 이들을 위해 그녀가 내리는 처벌은 단호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이 많다.

불행한 다온 편에서 왜 그녀가 이런 처벌을 내리게 되었는지 알려주지만 충분히 납득할 정도는 아니다.

다온과 연우의 과거사가 나오는 부분은 우리 사회의 가정 폭력에 대한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법이 가진 한계와 경찰의 소극적인 대처는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작가는 이처럼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각각의 에피소드 속에 녹여내었다.

하지만 그 해결 방식은 단호하고 자극적이다. ‘불행한 이들’도 한정적으로 정한다.

가해자의 후회와 눈물을 좀더 깊이 다루지 않는 것은 읽는 내내 아쉬운 점이다.

만약 그 감정이 진짜가 아니라면 그 단호함에 동의하지만 갱생의 여지까지 싹을 자르는 것은 아쉽다.


작가는 다온과 달리 이해준에게 푸른 책을 주면서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책은 선행을 한 자에게 축복을 주는 주는 책이다. 다온도 이 책에 나왔다.

역시 이 책도 왜 주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 범위도 붉은 책과 비슷하다.

소설 초반에는 익숙하지만 신선함이 있었지만 중반 이후로 가면서 힘이 떨어진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인데 어딘가에서 막힌 듯한 느낌이다.

피해자의 삶을 좀더 세밀하게 다루고, 가해자의 모습도 같이 다루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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