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비
청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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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찾아보니 단편 <웬즈데이 유스리치 클럽>에서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한방을 꿈꾸는 주인공의 삶을 세밀한 심리 표현으로 보여준다고 적었었다.

그런데 이번 처음 만난 장편에서는 이 심리 표현이 전작의 밀도보다 조금 떨어져 보인다.

주인공 마시안의 감정이 너무 즉흥적이고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읽는 내내 어떤 반전을 보여줄까? 하고 여러 방면으로 추측하게 했다.

마피아 게임을 현실에 적용시켜 실제 죽을 자를 뽑는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누가 진짜 휴머노이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로 선택한다. 황당한 설정이다.

이때 선택된 사람은 사탕비에 노출되고, 죽는다. 사람이 아닌지 여부도 이때 밝혀진다.


이런 황당한 투표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류가 핵 전쟁으로 살기 어려워졌고, 방사능 물질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작가가 설정한 재밌는 부분은 이 사탕비가 가진 놀라운 효능이다.

사탕비에 맞으면 죽지만 이 사탕을 정제하면 놀라운 식량으로 변한다.

정제하는 방식에 따라 색깔이 다른데 그 효능도 모두 다르다. 특히 빨간색은 불로장생의 보약 같다.

이 다양한 색깔의 사탕을 정제인이 매일 사탕비로 정제해서 사람들에게 배급한다.

관리자라는 사람이 있어 청백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상황을 통제한다.

청백성은 사탕비가 내리지 않는 공간에 세운 93층 빌딩이다.

사탕비의 공포와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이곳으로 왔다.


마시안이 첫 투표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을 캔디 인간으로 불리는 휴머노이드로 간주해 성밖으로 내보낸다.

성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사탕비를 맞고 죽는다는 의미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노인 매트는 밖으로 나가고, 죽고, 캔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투표에는 관리자가 선별한 소수의 사람들만 참여한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뽑았을까?

인간 속으로 파고든 휴머노이드를 찾아내기 위해서인데 이 휴머노이드가 사람을 죽이는 것일까?

이 휴머노이드는 사탕비를 맞고 그 사탕들을 가져오기 위해 제작되었다.

필요에 의해 이 휴머노이드를 개량하고 성장시켰다.

문제는 한 휴머노이가 자신을 사람으로 인식하고, 인간이 바라는 바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에게 이성을 부여한 것과 충돌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캔디 인간을 찾기 위한 투표는 계속되고, 마시안의 캔디 인간을 찾는 노력도 계속된다.

마시안은 1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자마자 이 투표에 처음 참여했다.

첫 투표는 기권했지만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지적하면서 분위기를 선도한다.

이 급격한 감정의 변화와 이성적 판단 부재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 와중에 이 청백성에 살고 있는 이상한 이웃들이 나오고, 적과 아군이 구분된다.

그녀가 선택하는 데는 특별한 이성적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

누구가가 준 단서에 기반을 두지만 확실한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정한 누군가를 선택해 표를 몰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 그런데 왠지 이 투표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기존에 읽었던 소설이나 본 영화 등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93층이란 높은 건물이지만 보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가능성이 오고 간다. SF소설이란 설정 때문에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수상한 사람, 한정된 등장인물, 갇힌 공간, 사탕의 정제 등.

이런 종말적인 분위기에서 생존게임은 긴박감으로 가득해야 하는데 어느 한 곳이 느슨하다.

아마 주인공이 마지막까지 죽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일까?

혹시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니라 가상현실은 아닐까?

후반부로 가면서 풀어놓는 단서들은 그 가능성을 하나로 압축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가능성이 아니라 캔디 인간을 뽑는 투표와 그 과정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정말 캔디 인간을 잡고 싶다면 엑스레이를 검사하면 간단하니까.

아직 개인적은 느낌은 장편보다 단편이 더 좋다. 앞으로는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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