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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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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소설의 대가이 존 르 카레의 유작이다.

그의 대표작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처럼 분량이 많지 않다.

최근 내가 읽었던 그의 소설 분량의 생각하면 굉장히 짧은 편이다.

물론 짧다고 그의 소설이 갑자기 나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이해되는 경우는 없다.

이번 소설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이 이야기가 완결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뭔가 더 풀어낼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느낌은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

건조한 이야기와 문체는 다른 스파이 소설처럼 빠르게 읽히지 않는다.

상당히 천천히 읽고,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이야기에 집중해야 했다.


소설은 두 사람이 이끌어 나간다. 줄리언 론즐리와 스튜어트 프록터다.

줄리언은 런던에서 부유하게 살다가 작은 마을에 내려와 서점을 낸다.

물론 이전까지 그는 서점을 한 번도 운영해본 적이 없다. 책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이런 그를 찾아오는 노신사가 줄리언의 부친과 동창이었다고 하면서 접근한다.

그가 바로 에드워드다. 그는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가 없다고 하면서 줄리언을 충동한다.

그리고 이런 에드워드의 말에 줄리언의 행동이 움직여진다. 약간의 허영이 보인다.

에드워드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상당히 수상하고 의문스럽다.

그의 아픈 아내 이야기와 그의 이상한 행동은 그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스튜어트는 과거의 사건들을 다시 복기한다. 그냥 단순한 회상 정도가 아니다.

그가 전직 스파이들을 만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각을 하나씩 맞춘다.

그가 듣고 말하는 이야기 속에는 과거 영국 정부가 저지른 실수와 그 당시 국제 정치의 이면이 흘러나온다.

솔직히 말해 이 국제정치를 잘 모르는 나에게 이런 정보는 피상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자극적인 국제정치의 문제까지 모르지는 않지만 세부적인 것에는 낯설 수밖에 없다.

그의 면담이 계속되면서 조금씩 스파이의 윤곽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소설 첫 장면에 나온 릴리가 누군지, 그 만남이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 살짝 깨닫는다.


줄리언은 에드워드를 만나면서 그에게 점점 매혹된다.

에드워드는 이미 마을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룬 적이 있다.

에드워드가 아픈 아내를 뒤로 하고 줄리언에게 런던에 가서 한 여성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때 그가 들고 간 책이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다. 이 책은 상대를 인식하는 소품이자 인증표다.

줄리언은 그녀에게 긴 편지를 읽을 시간을 주고, 새로운 편지를 받아 전달해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가 탄 택시의 번호를 기록해 놓는다.

이 일 이후 줄리언은 에드워드의 아내를 만날 기회를 가지고, 그의 딸 릴리와 가까워진다.


스튜어트가 들려주는 스파이 세계의 일면은 결코 제임스 본드처럼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긴박감을 자아내는 순간의 연속도 아니다.

하지만 일상의 감시, 조용한 위협, 암묵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들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줄리언의 사례다. 사인한 서류의 내용을 위반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말하며 위협한다.

당사자가 아니지만 읽으면서 상당히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이 선의로 남을 도와주기 위해 한 일이 스파이 혐의로 돌아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스튜어트의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서 서로 떨어져 있던 관계의 조각들이 하나씩 합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 혼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을 놓친 것일까?

이전에도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읽을 때면 이 혼란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글도 읽고, 좀더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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