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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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자주 읽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이다.

감상적인 부분을 많이 차단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아주 간결하게 풀어내는 작가다.

상당히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이번 소설도 읽으면서 부모님과 나의 짐 정리를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사 놓고 읽지 않고 있는 책들과 정리하지 않은 수많은 잡동사니들을 떠올리면 암담하다.

매년 정리해야 지 하면서 사는 것이 더 많아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자신에게 부끄럽다.

결혼 전에 산 물건을 본가에 옮겨 놓은 것은 또 얼마나 많은가.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상황과 비교하게 된다. 그런 상황과 나이가 된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모토코는 시어머니가 갑자기 죽은 후 유품정리를 해야 한다.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계속 해서 월세가 나간다. 업체에 맡기면 빠르게 처리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업체를 부른다고 해도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다. 홀로 쉬는 날, 휴가를 내어 시어머니의 집에 온다.

이 집에 첫발을 딛는 순간 내뱉은 말 중 하나가 ‘마계’란 표현이다.

많은 짐과 함께 그 속에서 느끼게 될 감정의 혼란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시어머니의 방에서 다른 사람이 머물다 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오래된 집에는 구석구석 짐들이 쌓여 있다. 꺼내다 보면 이 물건이 ‘여기 있었구나’ 하고 놀란다.

자신의 집도 그런데 낯선 시어머니의 집은 어떻겠는가! 처음에는 작은 집이라고 만만하게 봤다.

그런데 살아온 시간과 쉽게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사용하지 않은 듯한 많은 그릇 등과 가방 등은 의문을 자아낸다. 물론 나중에 이유가 나온다.

오랜 세월 버리지 않은 옷들, 쌓아 둔 신문 등. 그리고 4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환경.

쓰레기를 마구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분리 수거를 해야 하고, 대형 가구 등은 개수 제한도 있다.

쉽지 않다. 힘들다. 돈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비용이 높다.

이렇게 모토코는 시간을 내어 시어머니의 유품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한다.


유품을 정리하면서 집의 수상한 온기를 옆집 사람의 이야기로 납득한다.

그런데 집에 놓여 있던 물건들이 그녀의 화를 돋군다. 50대 중년 여성에겐 힘든 일이다.

남편이 와서 도와주면 되겠지만 평일에 휴가를 내어 오기가 쉽지 않다.

이 부분은 흔한 변명이다. 주말에 둘이 와서 정리한다면 더 쉽다.

물론 분리 수거한 물건들은 해당일에 내놓아야 한다. 일본의 높은 야근 비율이 하나의 장애 요인이다.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보면서 모토코는 자신의 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비교한다.

두 분의 상황이 다르지만 그녀는 어머니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소설 후반에 가면 새로운 사실들이 나오면서 이 비교는 다른 모습을 가진다.


집안 물건들을 정리하는 그녀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온다.

같은 빌라에 사는 자치회 노인들이다. 대단히 열정적이고 힘차게 돕는다.

처음에는 폐를 끼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그들의 도움을 요청하자 새로운 길이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재밌고 공감할 부분이 하나 나온다. 바로 남편의 유품 버리지 못하는 감정이다.

자신의 추억이 가득한 물건을 버리는 것은 누군가에겐 힘든 일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볼 때 필요가 없는 물건이다. 남편의 방으로 가져가라고 한다. 포기하는 물건이 늘어난다.

현실과 감상의 중간에서 누군가는 냉혹하게 처리를 해야 한다. 아내의 승리다. 이것이 맞다.


유품정리는 단순히 분류와 버리기와 재활용의 순간만이 아니다.

버리는 순간 추억과 기억이 가슴으로 스며든다. 현실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단순히 버리려고 한다고 바로 되는 것도 아니다. 버리는데 돈도 들고, 시간도 정해져 있다.

버리기 아까운 물건 등도 있다. 하지만 그 물건을 사용할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자치회 노인들과 옆집 사나에다.

시어머니의 유품 중 그들이 필요한 물건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대화 속에 오해가 풀린다.

시어머니 유품정리와 함께 또 다루는 이야기 중 하나가 지방 도시의 인구 소멸과 낡은 집 문제다.

모토코의 엣집도 동생 부부가 이사를 해야 하면서 팔고 유품 등을 정리해야 한다.

자신의 경험이 올케의 정리를 쉽게 한다. 착한 유경험자의 현실적 판단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모토코의 감정이 몇 번이나 변하고, 오해하는 순간들이 나온다.

유품정리업체의 높은 비용이 천천히 자신의 힘으로 정리를 할 수밖에 없게 한다.

이 과정에 감정은 오해를 넘어 이해와 공감, 연대로 이어진다.

시어머니와 어머니의 글을 두고 두 사람의 성격을 비교한 마지막 부분도 인상적이다.

닫힌 세계에 머물다 열린 세계로 나아가는 순간도 나온다. 이 순간도 힘들게 만들어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현실적 문제와 나의 상황을 돌아봤다.

모토코가 시어머니에 대해 가진 단편적인 정보가 새롭게 바뀌는 것을 보면서 누군가의 삶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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