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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탄생 100주년 기념 소설집이다.
이 작가의 단편집은 정말 오랜만에 읽었다.
이전에 민음사에서 나온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완벽주의자> 이후 처음이다.
집 어딘가를 뒤진다면 이 선집의 다른 책 한두 권은 더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소설가의 책들처럼 언제 읽을지 모른다. 이렇게 읽지 않는다면 더욱.
예전에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선택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만큼 나의 취향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이전보다 어려웠다.
이것은 다른 장편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렬함은 여전히 살아 있다.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은 중후반까지 좋았다. 마지막 부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비약으로 넘어간 부분들이 상상력을 불러오지만 아쉬움도 크다.
<미지의 보물>은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지만 그 순간까지 가는 과정을 집중하지 못했다.
<최고로 멋진 아침>은 읽으면서 둘의 관계가 ‘뭐지?’하는 의문을 던졌다.
소녀와 관련해서 보여주는 집주인 등의 반응도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생각하게 했다.
<모빌 항구에 배들이 들어오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장면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새로운 삶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는 그 순간 때문이다.
<공 튕기기 세계 챔피언>은 새로운 동네에 이사 온 후 아이가 겪는 일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단편 속에서 아이의 속마음을 잘 풀어놓았다. 그래서 그 거짓말에 가슴이 아린다.
<돌고 도는 세상의 고요한 지점>는 <공 튕기기 세계 챔피언>과 다른 전개다.
아이의 의지보다 엄마의 의지가 더 강하고, 아이는 그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과연 아이는 5일 후 완전히 망각한 것일까? 아니면 포기한 것일까?
<프림로즈는 분홍색이야>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준다. 고집과 사실의 관계를 잘 표현했다.
<루이자를 위한 초인종>은 병 간호와 간호하면서 경험하는 감정을 조용히 풀어낸다.
<엄청나게 친절한 남자>는 역겨운 남자가 등장한다. 그 남자의 욕망을 오해한 엄마의 감정이 재밌다.
<시드니 이야기>는 거미의 모험을 다룬다. 시드니를 공포에 잠기게 한 그 큰 곤충은 무엇일까?
<영웅>은 가끔 선한 의지와 욕망이 빚어내는 참극을 현실과 감정의 흐름을 통해 천천히 보여준다.
영웅이 되고자 악을 저지르는 일에 대한 과정이 심리적 표현으로 잘 드러난다.
<애프턴 부인, 그대의 푸르른 산비탈에 둘러싸여>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마주한다.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렵다.
<미스 저스트와 초록색 체육복>은 과거 학창 시절 기억 일부를 떠올리게 한다.
<하늘로 막 비상하려는 새들>은 “거침 없는 희망으로 가득 찬 채로 반짝”였다는 그 문장이 강하게 남는다.
이때 감정의 다른 변형을 <마법의 문>에서 느낀다. 솔직한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달팽이 연구자>는 읽으면서 회사 직원이 달팽이를 분양해주겠다고 한 일을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이 달팽이들이 너무 잘 번식을 한다고 말해 바로 포기했다.
그냥 버리는 것은 생태계 교란이라고 한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만난 마지막 장면은 공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