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어니스트 헤밍웨이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4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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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헤밍웨이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단편은 대학 시절 산 단편집 이후 처음이다.

그때 읽었던 단편 중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지만 <킬로만자로의 눈>은 확실히 생각난다.

아마 조용필의 <킬로만자로의 표범>이란 노래 때문일 것이다.

다시 읽은 느낌은 그때와 확연히 다르다. 다른 부분에 더 눈길이 간다.

죽음 앞에 선 화자의 감정 변화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 등이 특히 그렇다.


가장 흥미롭고 재밌게 읽은 이야기는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다.

아프리카 사냥을 기본으로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와 복잡한 감정이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사냥과 현실에서 마주한 사냥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보여준다.

사자가 자신을 향해 달려올 때 그 공포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부자와 미녀 아내, 아내의 불륜, 떠나지 못하고, 떠날 수 없는 관계. 현실적이다.

사자 사냥의 실패 이후 다른 사냥의 성공으로 매코머는 아주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그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는 또 다른 공포가 만들어낸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인디언 부락>은 짧은 이야기인데 그 시대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 일어난 사건은 나의 이해를 넘어섰다. 그냥 그대로 볼 뿐이다.

<깨끗하고 밝은 곳>은 늦은 밤 카페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 풍경이 낯설다.

<빗속의 고양이>는 여행 온 부부와 고양이에 관심을 둔 아내의 심정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책을 보는 남편, 문을 두드리는 호텔 직원과 고양이 한 마리.

<때늦은 계절>은 여행객의 강 낚시 가는 풍경과 심리를 간단하게 묘사했다.

불법 낚시로 경찰에 잡힐 수 있다는 불안감, 놓고 온 도구, 안도감. 이 감정 표현이 좋다.


헤밍웨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노인과 바다>는 다른 곳에서 읽었고, 너무나도 유명해 생략.

에세이 <F. 스콧 피츠제럴드와 함께 떠난 리옹 여행>은 미국 현대 문학의 두 거장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흥미를 자극한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나이가 더 많고, 문학의 선배란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어떻게 이 두 사람이 리옹으로 여행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생긴 일들이 무엇인지 등을 보여준다.

결코 평탄하다고 할 수 없는 여행 도정에 생긴 일들은 소설보다 더한 장면들도 많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외모에 대한 찬사와 마지막에 나오는 <위대한 캐츠비>의 감상은 아주 강렬하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여전히 단편은 읽고 난 후 이해가 되지 않고 낯설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글을 쓰면서 돌아보니 그 장면들과 감정 묘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래 전 기억 하나가 늘 헤밍웨이 소설에 따라다닌다.

바로 그 간단한 문체다. 만연체에 길들여져 있던 나에게 이 문장은 얼마나 낯설고 힘들었던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이제 그 문장과 문체는 익숙해졌다. 나도 그 문장을 따라 하려고 한다.

다시 읽은 헤밍웨이의 단편은 분명히 이전과 달랐고, 다른 단편으로 관심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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