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 - 생활과 생존 사이, 낭만이라고는 없는 현실밀착 독립 일지
빵떡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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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 것보다 훨씬 재밌게 읽었다.

보통 잘 모르는 작가의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다.

시인이나 소설가나 유명인은 제외한다고 쓰려고 하니 문장과 의미가 이상해졌다

실제 내가 예상 외로 재밌게 읽은 산문집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인데 말이다.

생활에 밀착되어 있는 글들은 읽다 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내가 경험한 것들이거나 경험할 수 있거나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이야기라 더 그런 모양이다.

이 에세이 속 빵떡씨도 자신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것도 아주 재밌는 문장과 표현으로.


책 내용으로 소개한 몇 문장을 읽고 선택했다.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 편이다.

“계단이 너무 가파른데 올라가다 다치는 거 아니에요.” “술 안 먹고 정신 똑바로 차리면 안 다쳐!”

“방이 너무 좁은데요.” “책상 밑에 발 넣고 누우면 딱~ 맞아.”

이런 기발한 문답에 혹했다. 보통 이런 상황을 계속해서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작가는 해냈다.

일상의 무거움을 재치 넘치는 문장과 표현으로 읽는 동안 그 무게를 덜어낸다.

독자의 시선을 살짝 돌리는 작전도 스스럼없이 구사한다. 끝까지 읽어야 정확한 현실을 알 수 있다.

몇 번 당하다 보면 끝날 때 즈음이면 속지 않을 자신감이 살짝 생긴다.


다섯 꼭지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집, 생활, 동거, 정서적 독립, 가족 등이다.

각각의 꼭지 속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 삶과 다른 부분도 상당히, 아니 엄청 나온다.

서울 생활의 시작이 다르고, 늦은 밤에 돌아다녀도 큰 문제가 없고, 작가만큼 내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목차를 둘러보면서 다른 곳을 또 열심히 찾아 보면 지역과 반려 생물과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천천히 이야기를 읽다 보면 서로 다른 삶의 길을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에서 차이가 난다.

그런 차이보다 내 이성과 감성을 움직인 것은 역시 비슷한 경험들이다.


집만 해도 운 좋게 같은 집에서 오랫동안 전세를 살고 있다.

갑자기 이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내가 사 놓은 수많은 책들과 물건들은 어떻게 옮길 것인가.

지방에서 서울로 오다 보니 친구나 후배 등과 집을 구하러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

처음 잡은 예산으로 그 집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조금 더 올리면 눈높이 근처에 맞출 수 있다.

구옥이나 햇볕이 들지 않는 집의 느낌은 본가와 잠시 산 집으로 충분히 경험했다.

과거 살던 곳이 좋아 이사 기회와 집 살 기회를 놓쳤는데 그럼 어떤가.

‘살기 좋은 남가좌동’을 읽다가 떠올랐다. 옆집 소리는 나만 들리는 것이 아니다.

‘내향 맨션’에서 서로 인사는 하지만 나는 아주 오랫동안 빌라 사람들과 인사도 하지 않았다.


지옥철의 경험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구간에서 타지 않았다.

오히려 중고등학교 때 버스에 탈 때가 더 심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을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회사 직원들 집이 대부분 경기도라 오랜 출퇴근 시간을 보내는데 그들이 많이 생각났다.

달팽이를 반려 생물로 키운다니 대단하다. 나에겐 징그럽기만 한데.

갑자기 책을 사 모으는 취미가 생기면서 쌓인 책들을 보면서 ‘개인주의자의 방’의 전형처럼 느껴졌다.

책을 거실에 내놓았다가 여동생에게 혼났던 순간이 떠오른 것도 당연하다.


한때 꽤 오랜 시간 백수로 보냈다. 그때 책들을 열심히 샀고 읽었고 글을 썼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열심히 하루를 보냈다. 바쁜 하루였다. ‘퇴사자 인 더 하우스’를 보고 그때가 떠올랐다.

자취를 오래 하면 부모님과 전화를 할 때 가장 먼저 듣는 말이 밥 이야기다.

지금처럼 뚱이 되기 전에는 잘 먹고 다니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는 운동하고 살 빼라는 소리가 먼저다.

나이가 들면서 몸에 이상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면서 30대 운동하는 사람을 존경스럽게 본다.

부모님의 교통 카드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소탐대실의 전형을 본다.

한 사람의 독립은 경제적, 정서적 독립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우린 아직 완전한 독립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집을 떠나 남동생과 동거하면서 자신만의 방을 가지고 살아가는 행복은 책 곳곳에서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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