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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자리를 내어 줍니다
최현주 지음 / 라떼 / 2022년 10월
평점 :
구미 책방 ‘책봄’ 사장님의 에세이다.
가끔 책방 주인들이 내는 에세이를 읽는다. 자주는 아니다.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어려움이 늘 나온다.
책방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줄 때 괜히 미안해진다.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는 나를 반성하지만 손은 늘 인터넷서점으로 향한다.
쌓인 적립금과 마일리지를 생각하면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동네서점에서 작가들을 불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부럽지만 현실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책을 사면서 사인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젠 그런 욕망들이 많이 사라졌다.
쌓인 책들과 읽으려고 쌓아둔 책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면서 마음을 멈춘다.
그렇다고 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가서 아이가 원하는 책을 산다.
이것도 아주 가끔이다. 학습 만화를 원하는데 시리즈이다 보니 모두 사 줄 수 없다.
한 권씩 사서 주면 금방 읽고 다른 책을 찾는다. 이럴 때 여기에서 저기까지 다 주세요를 하고 싶다.
책봄 책방 주인은 비건에 고양이 세 마리를 집에서 키운다.
비건이 된 이유와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삶을 사는지 보여줄 때 그 노력과 열정에 고개를 숙인다.
봄, 여름, 겨울. 이 세 마리의 반려묘를 어떻게 키우게 되었는지 말할 때도 고개를 숙인다.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본가에 들어가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간다고 했을 때 또 한 번 놀란다.
이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볼 때 아주 무례한 사람 한 명이 나온다.
나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 순간 뜨끔했다.
개똥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가는 견주들이 얼마나 많은가. 당연한 듯 치우는 사람들을 보면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 날 책방 주인이 되었다는 표현에 공감한다.
만약 동네서점으로 성공하겠다고 생각하고 치밀한 준비를 했다면 아마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책방 주인이 한가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회사 근처 서점을 거의 매일 가다 보니 이런 생각이 사라졌다.
새로운 책이 들어오고, 반품할 책들을 꾸준히 정리하는 그들을 보기 때문이다.
검색하기 보다 직원에게 바로 물어보는 손님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바쁘게 책 정리하고, 손임 응대하고, 서가 정보들을 입력하는 것을 보면 생각이 싹 바뀐다.
단순히 손님을 기다리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무지한지 알 수 있다.
잘 정리된 서가는 누가 정리하고, 청소는 누가 할 것인가?
동네서점이다 보니 화려한 이야기가 없다. 끈끈한 정과 인연들이 주로 나올 뿐이다.
물론 진상 손님도 나온다. 손님을 직접 마주하는 곳이니 없을 수가 없다.
책봄 손글씨 부분을 읽으면서 아주 많이 부러웠다. 나의 글씨가 점점 날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권만 팔려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방이라고 했을 때 ‘뭐지?’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주 현실적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나왔다.
가끔 카페에서 독립서점용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표지보다는 내용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독립 출판물이라면 다르다.
두툼한 책은 아니지만 책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운영 이후 마주한 일들이 많이 나온다.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 추석 본가에 가서 대학 때 친구들을 만나던 서점을 보고 추억에 잠시 잠겼다.
다른 서점 한 곳은 문을 닫았는데 ‘책봄’ 이야기를 읽다 보니 문득 떠오른다.
아! 잊지 말자고 생각해 놓고 잠시 잊는 것이 있다. ‘지역번호+120’이다.
길에서 죽은 동물 사체를 치워주는 일을 하는 곳 전화다.
이 이야기를 읽고 오래 전 기억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갔다.
아! 그리고 궁금한 것 하나가 있는데 독립서점에서도 도서상품권 같은 것 받나요?
집에 몇 장 있는데 이것으로 독립서점 책을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