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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의 신들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3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9월
평점 :
개인적으로 박해로의 공포 소설 중 최고 작품이다.
<살(煞)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이후 많은 작품들이 나왔지만 가장 완성도가 높다.
1857년과 현재가 교차하면서 진행되는데 분량은 압도적으로 현대 위주다.
과거 1857년 섭주의 한 동굴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사이비 종교와 정부군과의 대결이다.
동굴 속 풍경은 불교의 지옥도 한 장면을 그대로 현세에 재현한 것이다.
이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지 하는 의문은 마약을 통해 풀어낸다.
이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있지만 읽다 보면 괴이하고 잔혹한 일들이 가득하다.
현재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주생이란 부패 교도관이다.
그는 부모가 가출한 사촌누나를 데리러 갔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후 대학을 포기한 후 교도관이 되었다.
이때부터 그의 삶은 꼬였고, 궁핍한 삶은 유혹에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수감된 조폭의 돈을 받고, 그가 원하는 물건을 교도소 안으로 넣어주었다.
하지만 이 일이 그의 족쇄를 채운다. 그가 한 일이 그를 찌르는 창이 되어 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한 현실 속에 살던 그를 출판사 ‘연옥’의 대표와 편집장 등이 찾아온다.
사촌누나 서진이 <단죄의 신들>의 작가 반야심이라고 말하면서.
<단죄의 신들> 3부작을 내기로 했는데 3부 출간이 되지 않아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혹시 그녀가 죽게 되면 베스트셀러의 인세 등을 주생이 받을 수 있다고 암시한다.
부패 공무원으로 퇴출되거나 조폭의 압력을 받으면서 불안하게 살아야 한다.
유일한 돌파구가 서진의 유산을 받는 것이다. 돈은 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진 사촌누나를 찾는 동력이다.
가장 먼저 서진이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에 간다. 잠겨 있다. 문밖에는 우편물 등이 쌓여 있다.
가족임을 증명하고 집에 들어가지만 다행히 시체는 없다. 하지만 거울로 가득 차 있다.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특별한 것이 없다. 뭔가 수상한 듯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집안을 뒤진 후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단서의 시작이다. 이 사진을 기반으로 서진의 과거를 쫓는다.
<단죄의 신들>은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같은 제목을 넣은 것을 보면서 작가의 욕망이 살짝 투사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1857년 이야기에 등장하는 두 신 일선제력과 월선제력이 강림해 죽음으로 인간을 심판한다는 이야기다.
두 사람이 한 사람을 죽이고, “너의 죄를 고하라! 대오하고 각성한 후 무화를 받아들여라!” 라고 외친다.
죽은 인물의 비리, 부패, 추악한 과거가 흘러나오면서 반전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아마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통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현실의 부패와 비리와 추악한 일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뒤편에 숨겨진 것을 알아챈 사람이 나온다. 그의 댓글이 또 다른 사실을 알려준다.
소설 속 세계에서 벌어진 외침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 그것도 자신의 바로 눈앞에서.
주생이 단서를 쫓아 찾아간 사람에게서 처음 이 일이 벌어지고, 이후 반복된다.
그가 찾은 사진 속 인물들을 만나고, 서진에 대한 과거를 추적하면 수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감옥에 수감된 조폭의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무시무시해진다.
그러다 조폭의 연락책이 사라진다. 당연히 조폭은 주생을 의심한다.
주생은 사라진 조폭의 이상한 전화를 받았고, 목이 돌아간 채 움직이는 그의 영상을 받는다.
주생이 가는 길에 자꾸 일어나는 괴이한 죽음과 사고들은 정말 사이비 종교의 힘일까?
조폭의 압력에서 벗어나고, 좀더 풍족하게 살기 위해 서진의 흔적을 쫓는 주생.
이 주생 주변에 일어나는 기이하고 괴이한 사건들과 죽음들.
1857년 사이비 종교 토벌 당시 있었던 신비로운 현상 등이 엮이고 꼬인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죽음과 그 이면에 숨겨진 탐욕이 천천히 드러난다.
그 탐욕을 이어주는 것은 무속과 신비로운 심령 현상 등이다. 천천히 서늘하게 파고든다.
모두 읽은 직후 느끼게 되는 서늘함과 찜짐함은 상당히 오래 간다.
이런 식으로 어두운 여운이 박해로 표 공포 소설의 재미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