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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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즈 시리즈의 작가다. <파인즈>만 읽었다. <웨이워드>는 사 놓고 묵혀 두고 있다.

<파인즈>를 재밌게 읽었고, ‘나는 나에게 납치됐다!’란 문구에 혹했다.

내가 나에게 납치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SF소설에서 다루는 다중우주에서라면 말이다.

선택에 의해 갈라진 우주와 다른 우주에서 온 ‘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오래 전 <더 원>이란 영화에서 우주의 절대자가 되기 위해 다른 우주 속 자신을 죽이지 않았던가.

물론 이 소설 속 ‘나’는 그런 목적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선택을 강요받는다. 무엇을 할까? 무엇을 살까? 어디로 갈까? 결혼을 할까 말까?

이 선택의 분기에서 다른 우주가 생긴다. 나와 다른 선택한 우주가 말이다.

양자역학에서 이 부분을 다룬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지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이 선택의 결과에 따라 바뀐다는 것 정도만 알 뿐이다.

오래 전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연예인의 두 가지 삶을 보여준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 방송을 보면서 서로 다른 선택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다른 선택의 결과를 알 수는 없다. 다만 다른 선택을 궁금해할 뿐이다.


제이슨은 시카고 교외에서 아내와 아들과 단란하게 살고 있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과학자보다 남편과 아버지의 길을 선택했다.

평범한 대학의 물리학 교수로 살고 있는데 학창 시절 룸메이트가 아주 유명한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 축하 자리에 가서 집에 돌아오는데 게이샤 가면을 쓴 남자가 그를 납치한다.

돈이 목적이라면 그를 때리거나 죽인 후 돈을 가져가면 된다.

그런데 그는 그를 납치해서 낯선 곳으로 끌고 간다. 옷을 벗으라고 할 때는 강간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어떤 약물을 주사하고, 가면을 벗을 때 그 얼굴이 드러난다. 바로 ‘나’다.


정신을 잃고 있던 그를 누군가 깨운다. 모르는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그가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한다. 그가 나타나 대단히 놀란다.

그는 아직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달아난다. 자신의 집으로 간다. 하지만 집의 모습이 다르다.

그를 쫓는 사람들을 피해 달아난다. 병원에 들어가 머리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한다.

의사가 알려주는 정보는 그가 살아온 것과 다르다. 병원에서 강제 입원시키려고 하자 달아난다.

싸구려 호텔에 들어가고, 우연히 아내의 전시회 소식을 알게 된다.

그가 다른 선택을 한 이후 변한 아내의 다른 모습을 마주한다. 아직도 그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를 쫓는 연구소 무리가 아내였지만 다른 다니엘라를 죽인다. 거침없다.

이제 연구소에 갇힌 그는 자신이 연구했던 것을 다시 공부한다. 이론은 이해하지만 세부적인 것은 모른다.

그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연구소 투자자는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 제이슨에게서 정보를 얻고 싶다.

이 상황과 과학 지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그가 그들의 욕망을 완전히 채워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그의 정체를 알게 된다.

이때 그를 도와주는 정신과 의사의 도움으로 다중우주로 나아가는 기계 속으로 들어간다.

수없이 많은 가능성의 세계 속으로 그들이 떨어진다.

이 소설의 재미난 볼거리 중 하나다. 자신의 선택만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도 한몫했다.


이 소설의 진짜 재미는 다시 자신이 살았던 세계로 돌아온 다음이다.

이때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이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은 뒤로 밀린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아내의 시선을 끌지만 눈앞에 놓인 현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의 진짜 삶을 찾아 오랫동안 다른 우주를 돌아다닌 그들이 등장한다.

선택의 분기는 결코 한 번이 아니다.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과학적 사실과 상관없이 이것을 풀어낸 것이다.

살짝 아쉬운 점은 다른 우주로 간 ‘나’가 아닌 ‘나’의 삶을 차지한 제이슨과 아내의 심리 묘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주고받는 사이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그들의 선택을 보면서 또 다른 가족의 삶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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