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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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테레비를 거의 보지 않지만 제목 정도는 알고 있다.

오랜 전 사 놓고 묵혀 둔 책이다. 이번에 후속작이 나와 급하게 읽었다.

나의 기억이 맞다면 송시우의 책은 처음 읽는다.

워낙 좋은 평가를 받는 작가라 읽었을 법도 한데 처음이다. 가끔 이런 작가들이 나에게 나타난다.

가상의 조직이지만 현실의 인권위와 닮은 ‘인권증진위원회’의 조사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단편집은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에서 선보인 단편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를 개작하고 이야기를 확장했다. 이때 발표한 단편이 이 단편집 속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이 단편선이 집에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면 언젠가 한 번 읽고 싶다.

아! 그리고 이번 단편집의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다. 각각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의 재미는 다양한데 그 중 하나가 이런 다양한 등장인물이다.

첫 작품 <보이지 않는 사람>은 한윤서 조사관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녀가 맡은 일은 자동차회사의 노조간부 성추행 사건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사건도 조사를 하나? 하는 것이다. 경찰이 조사할 내용인 것 같은데….

두 사람의 엇갈린 내용,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들이 갔던 장례식장. 두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

여기에 윤서가 한 시장의 성추행을 밝혀내었던 사건까지.

읽다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추행과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서로 엮인다.

결국 밝혀지는 사실은 한때 우리가 알고 있던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현재를 생각한다.

<시궁창과 꽃>은 폭력범 박기수가 경찰의 위법한 긴급체포에 의한 인권침해를 호소하면서 일어난다.

이 사건의 조사관은 이달숙이다. 박기수의 주장은 불법 체포란 것이다.

자신이 금방 풀려난 것도 알리바이가 증명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사건 담당 경찰은 박기수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말한다. 그의 변론에 솔깃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두 사건이 분리되어 있다. 여기에 부지훈 사무관이 끼어든다.

그는 경찰의 과잉 대응 등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친구의 사건 하나가 흘러나온다.

작가는 이야기 속 이야기를 통해 단서를 던져주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거울 얼룩>은 다시 한윤서 조사관이 등장한다. 그녀 곁에는 신입 배홍태 조사관이 있다.

배홍태는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의 사건을 단순화시킨다.

이 사건은 친구들끼리 싸우는 현장에 나타난 경찰이 실수로 쏜 테이저건에 맞아 죽은 것을 다룬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쏜 것인지, 아니면 실수에 의한 것인지.

홍태의 시선은 일방적이고, 윤서는 아주 침착하고 증거와 증언을 우선한다.

비슷하지만 다른 증언,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입시 문제 출제 때문에 사라진 마지막 증인의 증언이 필요하다.

밝혀지는 사실은 아주 멋진 말로 해석된다. 사실을 바꿀 수 없어 기억을 바꾼다는 말이다.

배홍태가 단독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단편이 <푸른 십자가를 따라간 남자>다.

그를 부른 것은 연쇄살인범 최철수다. 연약한 표정으로 암 말기라 감옥에서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사형수인 그의 형은 집행되지 않아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이 사실을 말하자 분위기가 바뀐다.

홍태의 과거사와 엮이면서 최철수가 저지른 범죄 중 아직 밝혀지지 않는 두 건 중 하나가 단서로 던져진다.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고, 숨겨져 있던 어둠을 밖으로 끄집어낸다.

무섭고, 잔인하다. <구하는 조사관>에서 후속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승냥이의 딜레마>는 가장 긴 단편이다. 앞에 나온 조사관들이 모두 나온다.

감옥에서 김학종이 자살하면서 문제가 커진다. 맞춤법이 엉망이지만 자신과 친구의 무죄를 강하게 주장한다.

동생의 죽음으로 집에 도착한 형은 앞집 아줌마의 증언을 통해 동생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여기에 유명 인권변호사 김규민이 참여하면서 사건은 더욱 커진다.

한윤서가 총괄하고, 이달숙, 배홍태, 부지훈 등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 일에 참여한다.

재밌는 것은 윤서는 경찰의 강요나 협박 등에 초점을 맞추자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들은 지순구의 무죄를 증명하자고 말하는 대목과 갈등을 다루는 부분이다.

윤서는 인권위의 업무 한계와 역할을 분명하게 선 긋고 있다.

진실을 파헤치는 인권위 조사관들 탐정처럼 현장을 둘러보고 상황을 조사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선입관과 편견으로 사건 등을 들여다 보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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