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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 茶館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
라오서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평점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권이다.
루쉰, 바진과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불린다고 한다. 이전에 한 번 정도 읽은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1958년 북경인민예술극원의 초연 이래 700회 넘게 무대에 올랐다.
초연 이후 문화대혁명이 일어나고, 1966년 작가는 자살을 했다. 광기의 비극이다.
다시 이 작품이 공연되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유태찻집을 배경으로 긴 세월 동안 변하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나라 말 무술변법 시기, 군벌 전쟁, 신중국 수립 전야의 세 역사 시기다.
한 공간에서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는데 막 중간에 각설이 타령처럼 한 사람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부분은 부록에 나와 있다. 공간의 변화와 배우의 분장에 걸리는 시간이 가장 이유라고 한다.
찻집의 변화는 시대에 따라 일어나는데 생존을 위한 것이다.
마지막에는 아가씨를 고용해서 찻집을 유지하려고 한다. 혼란스러운 시대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찻집 주인 왕이발이 처음 맡았을 때와 마지막 장면까지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인상적인 것은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맙시다.’란 글씨를 찻집 곳곳에 붙여둔 것이다.
시대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이 글씨들은 점점 커진다.
시대의 혼란은 민중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한다. 3막에 가면 밀가루를 구할 수 없어 국수도 만들지 못한다.
그런데 찻집을 여성 접대부 가득한 구락부로 만들려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런 시기에 빈부 격차 등이 더 심한 법이다. 대사와 지문으로 이 부분들이 조용히 드러난다.
읽다 보면 ‘기인’이란 단어가 나온다. 청나라 팔기군 출신 집안이란 의미다.
청나라 시절에는 우리의 양반 같은 위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냥 수많은 민중 중 한 명이 된다.
실제 작가 라오서도 기인 출신이다.
민족 자본을 키워 부국 양병을 꿈꾸는 사업가가 나오지만 그의 재산은 군벌 등에 의해 사라진다.
1막에 여자 아이를 매매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게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더 참혹한 일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에 시달리는 부모가 아이를 바꿔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자 아이를 내시의 아내로 팔았다. 비틀린 욕망과 그것을 중개하는 사람이 나온다.
이후 시대의 변화는 여자 아이가 아닌 유명한 연예인 등으로 변한다. 권력과 욕망은 시대를 담는다.
찻집의 변화는 시대의 혼란과 더불어 조금씩 일어난다. 손님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 변화가 대사를 통해 하나씩 나올 때 공간은 확장되고, 그 시대를 살짝 엿본다.
각박한 삶의 모습, 생존을 위한 몸부림, 관리의 부패와 탐욕 등은 그대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한 시대의 막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든다.
진짜 오랜만에 희곡을 읽었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베케트의 희곡을 읽은 것도 워낙 유명해서였다. 물론 무슨 소리인지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후 몇 번 희곡에 도전한 것 같은데 기억에는 끝까지 읽은 작품은 없다.
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있는데 잊었다.
현대극은 베케트 덕분에 읽고 싶은 욕망이 상당히 많이 사라졌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살짝 관심이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나의 독서법이 좀더 발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