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니아
최공의 지음 / 요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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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미래를 다룬 SF소설이다. 최근 유행하는 인공지능을 넘어 인공의식 이야기를 다룬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는 것에 반해 인공의식은 스스로를 의심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의지다. 기존의 SF소설에서 인공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 등이 인간처럼 되길 갈망하는 바를 다루었다. 인간의 감정이 중요한 핵심이었는데 이 소설 속 인공의식을 가진 엑스는 80대 노인 레인과 대화하면서 점점 인간처럼 변한다. 그 대표적인 행동이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감정은 말 그대로 데이터일 뿐이다. 인간의 불완전성과 불안전성이 제거된 상태다. 작가는 이 불안전성과 불완전성을 내세워 엑스에게 자유의지를 건낸다. 그리고 그 결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이오니아란 기업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제품을 만들면서 인간들은 둘로 나뉘어진다. 이것을 반기는 쪽과 거부하는 쪽이다. 인공지능이 생활의 편리함을 정확하게 전달해주는데 이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진다. 인간 3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인공지능 하나가 해치우는 현실은 거대한 실업을 불러온다. 이 인공지능을 기업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인간들이다. 그 당시에는 자신들도 해고의 대상이 될 줄 몰랐다. 뒤늦은 후회와 반성은 뒤바뀐 시대에 따라가지 못한 탈락자의 감상일 뿐이다. 청소업체에 일하면서 로봇을 박살낸 레인의 친구 에피소드는 또 다른 추락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이 미래의 시대는 대규모 실업이 존재한다. 기본소득을 제공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충분한 돈이 없다면 좋지 못한 환경과 음식을 감수해야 한다. 늙은 레인이 통조림을 들고 오다 쓰러졌을 때 풍경은 생존 앞에 도덕은 너무나도 무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이용한다. 그를 인터뷰한 레이철의 본신 에밀리와 바에서 나누는 대화는 엑스와의 대화와 다른 방식으로 이 사회의 한 축을 잘 보여준다. 인공지능을 뛰어넘은 존재의 탄생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이 그곳에 담겨 있다.


레인은 아이오니아 야간 경비직에 뽑히기 전 일체의 인터넷 사용을 그만두었다. 전화도, 이메일도, 전자화폐도 사용하지 않는다. 전철에서 힘들어하는 그를 보고 인공지능 로봇이 라멘집을 소개해 주었는데 그가 현금을 내는 것을 보고 가게 주인이 곤혼스러워한다. 그리고 라멘집 주인이 왜 인공지능 로봇을 라멘집에 놓아둘 수밖에 없는지 설명할 때 대중의 기호와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뒷배경과 인터뷰의 몇 가지 대답이 그를 뽑는다. 처음 엑스와 만났을 때 인공의식 엑스가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졌던가. 노인인 레인은 최선을 다해 그에 답해준다. 주저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준다. 인간은 인공지능 같은 연산능력도 기억도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이 소설에는 SF소설하면 흔히 떠오르는 액션이나 화려한 볼거리는 거의 없다. 오히려 철학적 질문과 답변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사람에 대해,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인간의 느림에 대해. 수많은 질문은 엑스가 점점 인간처럼 변하는데 도움을 준다. 작가는 여기에 한 가지 변수를 넣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든다. 바로 인간의 죽음이다. 인간처럼 의심하고, 판단하고, 감정의 싹을 가진 인공의식 엑스가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도 인간적이면서도 인공지능적이다.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가독성에 비해 상당히 무거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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