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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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1952년에 메리 웨스트매콧이란 필명으로 낸 소설이다.

다른 이름으로 낸 이번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현재 나온 책은 개정판이고, 이전과 달라진 것은 해설이 덧붙여져 있다는 것 정도다.

세부적인 번역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절판된 책이 새로 나오는 일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왠지 연극 무대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앤의 집을 배경으로 상당히 많은 일이 벌어지고, 대사나 행동 등이 연극적으로 다가온다.

“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다.”이란 문장은 상당히 편협적이다.

아들인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딸과 엄마의 관계가 분명히 있겠지만 모든 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소설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 데 시간의 흐름과 그들의 상황과 엮여 있다.

1부는 엄마 앤 프렌티스가 딸 세라를 스위스로 3주 동안 여행을 보낸 후 이야기다.

딸을 그리워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앤은 외롭게 살고 있는 리처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감정에 빠져 당연히 딸도 그녀의 결혼을 축복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세라는 리처드의 외피만 보고 결혼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리처드 또한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어리석고 싸우는 두 사람에 사이에 낀 앤은 고통받는다.

결국 선택의 기로에 서고, 자신의 미래 하나를 포기한다.

2부에서 변한 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외모도 바뀌고, 집의 인테리어도 바꾸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바쁘기만 할 뿐 내면은 공허하다.

이 내면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파악한 인물은 데임 로라다.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세라의 결혼이다.

위험한 남자이자 결혼을 세 번 했고 아주 부유한 남자의 청혼이다.

돈으로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행복일까?


작가는 복잡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다.

앤과 세라의 상황을 보여주고, 그들의 선택을 알려준다.

이 선택 이면에 놓인 감정을 3부에 날카롭고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딸과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상대방의 선택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개인적으로 감초 역할을 하는 하녀 이디스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 집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이 두 모녀를 도와준 그녀의 통찰력은 놀랍다.

친절하지 않지만 자신이 할 일에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그녀다. 퉁명스러운 그녀가 어느 순간 사랑스럽다.

연극적으로 갈등을 만들고, 이 갈등을 키우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애거사 크리스티란 이름을 생각하고 읽으면 조금 밋밋하지만 상당히 가독성이 좋다.

그리고 상류층의 삶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데 약간 거부감이 생긴다.

그들이 노동이나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보여주는 시각 때문일 것이다.

소설 곳곳에 통찰력을 보여주는 문장들이 나오고, 공감할 대목들이 보인다.

한동안 손 놓고 있던 추리소설에도 눈길을 주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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